
대기오염 같은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불평등, 정치적 불안정 등 같은 노출 요인(exposome)이 사람들의 신체적·인지적 노화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칼리지 글로벌 뇌 건강 연구소(GBHI) 아구스틴 이바녜스 교수팀은 최근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세계 40개국 16만여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노출 요인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물리적 환경, 사회적, 정치적 요인 차이가 국가 간 건강한 노화에 격차를 초래하고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노화를 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격차 해소를 위한 맞춤형 개입과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한 노화(healthy ageing)는 나이가 듦과 함께 일생 경험하는 '엑스포좀'(exposome)이라는 다양한 노출 요인들에 의해 형성되는 생물학적 과정이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엑스포좀이 나이보다 건강한 노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엑스포좀이 다양한 인구 집단과 지역에서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40개국을 대표하는 코호트를 사용해 다양한 인구집단에서 엑스포좀 요인이 건강한 노화와 가속화된 노화(accelerated ageing)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가속화된 노화는 건강, 인지기능, 신체능력, 질병 위험 등을 기반으로 측정된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와 실제 나이(chronological age)의 차이(BBAG)가 0보다 커서 노화가 실제 나이보다 더 빠른 경우를 말한다.
분석 결과 '가속화된 노화'를 겪는 사람들은 노화가 느린 '건강한 노화'에 비해 일상적인 일을 수행하는 신체 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8배 높았고, 인지 저하 가능성은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속화된 노화는 이집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저소득 국가에서 가장 두드러진 반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젊은 건강한 노화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중국·인도·이스라엘 등 연구에 포함된 아시아 4개국은 유럽보다는 노화가 빠르지만,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보다는 가속화된 노화 정도가 낮았다.
연구팀은 국가 수준의 엑스포좀 영향 분석 결과 대기질 같은 물리적 환경과 사회경제적 평등 및 성평등 같은 사회적 요인, 정치적 대표성과 참정권, 민주 선거 같은 정치적 요인이 노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적으로 치매와 가속화된 노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조절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줄이고, 보호 요인을 강화하며,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전 세계 인구 수준의 공중 보건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바녜스 교수는 "생물학적 연령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반영한다"며 "이 연구 결과는 대기오염과 정치적 불안정, 불평등 등이 사회에 영향을 주지만 동시에 우리 건강을 형성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