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과 친지들이 나눌 밥상머리 정치 화두는 단연 내년 6월 1일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가 예상되는 충북지역 후보들의 행보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특히 도백(道伯)인 충북도지사와 도내 기초단체장의 얼굴격인 청주시장 선거는 충북지역 지방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이다.
두 선거 모두 현직 단체장이 나란히 사법리스크를 안은 채 재선에 도전하는 양상인 가운데 여야 가릴 것 없이 도전자가 넘쳐 혼전을 예고하고 있다.
◇ 김영환 사면초가 형국에 여야 도전자들 속속 등장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지사는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며 재선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각종 악재로 재선 가도가 밝지만은 않다.
김 지사는 현재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26일 오전 집무실에서 윤현우 충북체육회장으로부터 현금 5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 지사를 비롯한 연루자 전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속속 드러나는 정황이 이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수사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김 지사 관련 사법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역 사업가와 수십억 원 상당의 금전거래를 한 혐의로 고발된 김 지사 사건을 지난달 초 수사 부서에 배당했다.
여기에 최근 마무리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시민재해) 위반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지사가 사면초가 형국에 놓이자 당 안팎에서 경쟁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같은 국민의힘 내에서는 3연임 중인 조길형 충주시장이 일찌감치 출마를 공식화했다.
조 시장은 지난 8월 말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저는 (도지사로 출마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노하우를 배운 만큼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도 지사 후보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역 정가는 청주가 고향인 윤 전 청장이 조만간 국민의힘에 입당, 출마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8년 한차례 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박경국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도 국민의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충북지사 자리를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듯 후보 난립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지난 9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신용한 서원대 객원교수는 기자들과 만나 "지역발전을 위한 열망들을 어떻게 담아낼지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면서 도지사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 부위원장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충청권 인재 15호로 영입되는 등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3연임 중인 송기섭 진천군수도 민주당의 유력 주자다.
송 군수는 8월 중순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충북을 위해 더 봉사하고 헌신할 부분이 있다면 깊이 고민해 보겠다"며 도지사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이 외에도 재선 중진 임호선(증평·진천·음성) 국회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도종환 전 문화체육부 장관, 한범덕 전 청주시장의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 청주시장 후보도 10명선…'경선 혈투' 예고
청주시장 선거는 더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는 국민의힘 이범석 시장은 김 지사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가 가장 큰 부담이다.
이 시장은 오송 참사와 관련해 중대시민재해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국 첫 단체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유무죄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으나, 현재 재판 일정으로는 지방선거 전까지 1심 선고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재판 부담을 안은 이 시장을 대신할 카드로 수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서승우 청주상당 당협위원장과 손인석 전 충북도 정무특보, 황영호 충북도의원, 김동원 청주흥덕 당협위원장 등이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배경이다.
이들 중 일부는 당내 역학관계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주시장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에서는 벌써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장섭 전 국회의원은 지난달 9일 기자회견에서 "청주는 충북 발전의 엔진인 만큼 제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이 결심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시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라고 도전장을 던졌다.
같은 달 18일에는 허창원 전 충북도의원이 "형식적 행정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청주시를 만들고 싶다. 그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시장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충북혁신회의를 이끄는 박완희 청주시의원도 청주시장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며 활발한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김형근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도 민주당 청주시장 후보군에 올라 있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이번 충북지사·청주시장 선거는 누가 당내 경선을 뚫느냐가 최대 관심사"라며 "연휴가 지나면 사실상 본격적인 세 불리기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