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대구 맑은 탕 한 냄비
어제 흰 눈이 소나기처럼 내릴 때 저는 거실에 서서, 비둘기는 나뭇가지에서 세차게 흩날리는 눈발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전 세계인들을 옥죄고 있는 코로나를 영원히 묻어놓는 만년설이 되었으면 하는 기도를 했습니다.
눈이 내릴 때는 모두들 마음부터 달려나가 기쁨의 환성을 질렀었는데, 이제는 눈밭에 개가 뛰어노는 것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적해지는 농촌이에요.
집 앞과 동네 어귀의 눈을 치우느라 힘을 썼더니 속이 출출하여 문득 이맘때의 제철음식에 대한 생각을 떠올려 보니 매생이 굴국, 대구탕, 냉면, 만둣국, 육개장 등이 빈 속을 자극하는데, 대구 맑은 탕 한 냄비가 먼저 끓고 있네요.
구자권 작가는....
1947년 7월 28일 生
2019년 수필집 『풀잎처럼 사랑처럼』 『손자와 첫날밤을』 出刊
2020년 계간 《문학과의식》 신인문학상 수필부문 수상
2020년 『베드로의 산사탐방』 出刊
『손자와 첫날밤을』 出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