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장은영 기자] 1945년 10월 당시 국립박물관장이었던 김재원(1909∼1990) 박사는 초대 부여분관장으로 홍사준(1905∼1980)을 임명한다.
백제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고도(古都)의 박물관을 책임질 인물이었다.
홍 관장은 일제강점기 당시 활동한 부여고적보존회와 기존 조선총독부박물관 부여분관의 조직과 체제를 정비하고, 다양한 소장품을 정리했다.
한국박물관사 전문가인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이 2020년 '박물관 신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국립박물관 분관으로 개관한 이듬해인 1946년 한해 1만여 명이 부여분관을 찾았다고 한다.
"광복 이후 부여분관을 새로 맡아 운영할 인물로 10년 이상 부여의 고적 보존에 종사해온 홍사준 이외의 사람을 떠올리기 어려웠다."(장상훈 관장 '초대 부여박물관장 연재 홍사준 선생을 기리며' 글에서)
약 30년의 세월이 지난 뒤 국립부여박물관으로 승격한 박물관은 금성산 일대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 총관람객 수는 69만666명, 관람객이 많이 찾는 주요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힌다.
백제의 사비 도읍기(538∼660) 시절 역사와 문화를 보존·관리하는 부여박물관의 지난 여정을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박물관 개관 80주년을 맞아 열리는 특별전 '80년, 함께 걸어온 기억의 순간'을 통해서다.
오는 30일 개막하는 전시는 국립부여박물관의 역사를 일제강점기, 부소산 1기, 부소산 2기, 금성산 시기로 나눠 유물과 기록 자료 170점을 소개한다.
박물관 측은 "1945년 국립박물관 분관으로 개관한 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박물관이 걸어온 길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부여 일대에 근대박물관이 시작된 시기를 조명하며 시작된다.
1929년 재단법인 허가를 받은 부여고적보존회, 조선총독부박물관 부여분관의 활동을 당시 제작된 관광 홍보물, 유물 도록 등 다양한 자료로 보여준다.
조선시대 관아 건물이었던 부여 객사에 유물을 진열한 부소산 1기, 한국 현대건축의 1세대 건축가인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신관과 부소산 2기 당시 진행한 주요 전시와 활동도 짚는다.
오랜만에 부여를 찾은 반가운 '손님'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흔적인 사적 '부여 송국리 유적'에서 출토된 요령식 동검은 그간 서울에서 전시해왔으나, 이번 특별전에서 공개된다.
청동 도끼를 만들던 거푸집(만들려는 물건의 모양대로 속이 비어 있어 거기에 쇠붙이를 녹여 붓게 되어 있는 틀)도 함께 놓여 송국리 유적의 의미를 더한다.
백제 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와 관련한 기록도 소개된다.
1993년 12월 부여 능산리 고분군(현 부여 왕릉원) 주변의 한 절터에서 발견된 향로는 백제시대의 창의성과 뛰어난 조형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전시에서는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연구실에서 향로를 발굴하던 순간부터 보존 처리한 기록, '국보 중의 국보'로 전시해 온 과정을 다양한 기록으로 보여준다.
이 밖에도 1950년대 박물관에 기증된 다양한 도기류, 2018년 쌍북리 일대에서 새로 찾은 호자(虎子·호랑이 모양으로 만들어진 남성용 이동식 변기) 등도 관람객을 맞는다.
신영호 국립부여박물관장은 "부여박물관 80년의 역사를 추억하고, 올해 12월에 개관하는 '대향로관'으로 시작될 새로운 여정을 함께 걸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6월 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