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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시론] '불닭 성공신화'의 어두운 이면

주식시장에서 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에 오른 삼양식품의 성공은 불닭볶음면이라는 한 제품이 주도했다. 불닭볶음면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인기가 갈수록 치솟아 짝퉁 상품이 만들어질 정도라고 한다.

 

이 제품은 2012년 출시 후 유튜버들이 먹방에 나서고 K팝 스타들이 소개하면서 세계적인 K-푸드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금은 10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런 성공 신화에는 으레 여러 뒷이야기가 따르기 마련이다. 널리 알려진 게 '며느리 성공 스토리'다.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 김정수 부회장이 불닭볶음면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이야기가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자세히 소개되기도 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2010년 고교생 딸과 주말에 서울 도심을 산책하다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한 볶음밥 집에 긴 줄이 늘어선 것을 보고 매운맛 라면 버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불닭볶음면 생산공장에 장시간 노동이 논란이 되고 있다. '불닭 성공 신화' 이면에 생산직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이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매출이 급증하면서 공장이 24시간 가동됐고 노동자들의 작업 시간도 늘어났다. 주간 조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하고, 야간 조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30분까지 일하는 하루 2교대 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고 한다. 식사와 휴게시간을 제외한 순수 근로시간이 월∼목요일 10시간, 금요일 9시간 30분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약 49시간 30분에 달한다. 야간 조는 한주에 5일 연속 밤샘 근무를 하는 구조다.

 

여기에 격주마다 토요일에 10시간씩 특별연장근로가 있다. 노동자들의 자발적 동의를 바탕으로 특별연장근로가 오랫동안 시행됐다고 한다. K-푸드 신화 뒷면에 노동자들의 장시간 야간 노동이 있었다는 얘기다.

 

한 퇴사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동화 공정이어서 업무 자체는 위험한 근로 환경이라고 볼 수 없지만, 개인 여가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2교대 장시간 근무여서 회사를 나왔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개선을 통해 근로 환경 개선과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해왔다"고 설명했다.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수출 규모가 2015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천359억원에 이를 정도로 최근 10년간 급증했다고 한다. 이런 폭발적인 제품 수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별연장근로를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해 말 생산공장의 각 생산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특별연장근로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특별연장근로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 노동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엄격한 절차를 통해 허용되는 예외적 근로 형태다. 대상자의 개별적인 동의가 필수적이고, 가산 임금이 지급돼야 한다.

 

장시간 야간근무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여러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교대근무 수면장애' 같은 야간 근무자 특유의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 성공의 뒤편에서 묵묵히 일해온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근로시간과 휴식이 조속히 보장되길 기대한다.

 

K-푸드 대표 브랜드의 성공 신화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길이다. 그래야 불닭볶음면을 사랑하는 세계 소비자들도 편한 마음으로 한국의 매운맛을 계속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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