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라면 누들' 먹어보세요"
지난달 중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거리. 푸드 트럭 한 대가 관광객의 발길을 잡아 세웠다.
농심의 '신라면 툼바' 마케팅 이벤트였다. 이 푸드트럭 관계자들은 '라면'이라고만 하면 무슨 음식인지 잘 모를까 봐 그러는지 '라면 누들'이라고 외치면서 조리한 신라면 툼바를 종이컵에 담아 나눠줬다.
푸드 트럭은 신라면 툼바가 '크림이 더해진 매운' 맛이고 국물 라면이 아닌 볶음(stir fry) 라면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농심은 최근 미국에서 신제품 신라면 툼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현지에서 신라면 툼바 생산을 시작했고 아시안마켓을 중심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신라면 툼바는 오는 6월부터 미국 월마트에서도 판매된다.
농심은 또 이달 말에는 미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각 용기면 형태로 신라면 툼바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곳곳에서 농심 라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LA에서 찾은 한국계 마트인 H마트에서는 신라면 종류만 해도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 외에 현지에서만 판매하는 신라면 골드(닭육수)와 신라면 그린(비건)까지 판매되고 있었다.
우버이츠를 이용해 LA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물품 배달을 주문할 때도 농심 육개장 사발면의 현지 버전(Bowl Noodle Soup)과 신라면 용기면이 일본 브랜드인 닛신과 마루찬의 제품과 함께 팔리고 있었다.
애리조나주의 한 주유소 옆 상점에서도 라면으로는 육개장 사발면과 닛신 '탑 라멘' 봉지면만 진열대에 놓여있었다.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2017년 닛신을 뛰어넘고 2위에 올랐으며 마루찬 브랜드로 유명한 1위 도요스이산을 꺾는 것이 목표다.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라면 시장에서 농심의 점유율은 25.4%로 도요스이산(45.0%) 다음으로 높다.
농심 매출에서 해외 시장 비중은 37%에 이르고 해외 매출에서 미주 시장의 비중은 40%로 가장 높다.
농심 미주법인은 2023년 6천35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8천억원 이상을 매출 목표로 잡았다. 이는 2021년(4천163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 미주 법인 신라면 판매량은 사상 최대인 2억4천만개에 이른다. 신라면은 농심의 매출 1위 품목이다.
농심은 2022년 5월 가동을 시작한 미국 제2공장을 기반으로 해외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농심은 생생우동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미국에서 판매하는 대부분 제품을 현지 생산한다.
농심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 현지에서 라면 수요가 급증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던 시점에 제2공장을 가동했다.
미주 지역 매출은 제2공장 가동 첫해인 2022년 5천760억원으로 1년 만에 38% 증가했고 2023년에는 6천352억원으로 전년보다 10% 늘었다. 미주는 공장 가동 2년 만에 매출이 53% 증가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미국 제2공장은 지난해 10월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농심은 기대하고 있다.
농심 미국 제1공장과 제2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각각 5억개와 5억1천만개다.
농심은 제2공장을 통해 공급량을 확대하며 코스트코, 월마트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큰 매출 성장을 거뒀다.
특히 지난해 월마트가 신라면을 기존 아시아식품 코너에서 주요 식품 코너로 옮긴 것은 높아진 신라면의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농심은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소속 프로 축구팀 LA갤럭시와 손잡고 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전개할 계획이다.
농심은 지난달 23일 LA갤럭시 경기장 안에 '농심 스테이션'을 열어 신라면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미국 축구 팬들에게 농심을 알리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을 확대해 전 세계 식품 브랜드가 경쟁하는 미국에서 1위에 오르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면서 "올해는 신라면 툼바 열풍을 일으키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