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 시절부터 거의 매년 제2구장인 청주에서도 홈경기를 치러왔던 한화 이글스의 올 시즌 '청주 패싱' 논란으로 촉발된 충북도와 청주시의 새 야구장 건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와 청주시 사이에 사업 선후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존재하고, 구단 유치 방안과 막대한 건축비 마련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아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충청권을 연고로 하는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청주 홈경기를 미배정했다.
제2구장인 현 청주야구장이 낙후해 선수 부상과 경기력 저하가 우려되고, 팬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올 시즌 문을 연 대전 신구장에 입점한 자영업자·소상공인과의 계약 관계 등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대만 해도 매년 5∼12경기를 청주에서 직관할 수 있었던 충북 팬들의 서운함이 커지자, 충북도와 청주시가 나서 "충북과 청주 팬들을 외면하지 말라"며 한화 측을 설득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최근 10년여 동안 한화와 소통하면서 약 170억원을 들여 인조 잔디 교체, 관람석 증설, 외야 펜스 확장 등 청주야구장 시설 개선 사업을 벌여왔던 청주시는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충북도와 청주시는 한화에 끌려다닐 게 아니라 새 야구장 건립을 통해 다른 길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야구장이 포함된 청주복합스포츠콤플렉스 조성이 포함되면서 이 같은 구상은 더욱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청주시는 야구장 건립의 첫 단추로 시정연구원을 통해 종합스포츠콤플렉스 조성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청주시는 후보 부지를 추가 검토하고 공공체육시설 관련 의견도 더 청취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용역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7일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이달 완료될 예정이던 용역의 결과는 오는 11월께 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는 용역 보고서에 따라 건립 후보자와 필요한 예산 규모 등이 설정되면 충북도와 논의를 거쳐 건립계획을 구체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청주에 당장이라도 새 야구장이 생길 듯한 분위기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야구장 건립에 대한 충북도와 청주시의 구상에 괴리감이 있다.
충북도는 다목적 돔구장 건설을 민선 8기 4년 차 10대 중점 추진과제에 포함하고, 지난달 말 김영환 지사가 직접 일본 돔구장을 벤치마킹하고 왔다.
김 지사는 "충북도 오송 등 적당한 곳에 어엿한 돔구장을 가질 때가 됐다"면서 "야구뿐 아니라 공연과 전시를 아우르는 다목적 복합시설 형태의 돔구장이 있으면 구단들도 서로 오고 싶어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이범석 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이 시장은 지난달 24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청주에 새 야구장을 짓는 건 구단 유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야구장 부지 검토 등 건립 준비는 계속하되 구단 유치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면서 "팀이 없으면 야구장을 짓고, 운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두 단체장이 생각하는 일의 선후가 정반대인 셈인데, 이 간극을 없애는 게 야구장 신축의 최우선 과제로 여겨진다.
선후를 떠나 야구단 유치 자체가 난제이다.
야구단 유치는 기존 구단 이전과 신규 구단 창단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최근 경남 창원을 연고로 하는 NC 다이노스가 창원NC파크 안전사고로 발생한 창원시와의 갈등으로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내비쳐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설 개선 등을 위한 신경전으로 해석되는 부분도 있고, 복수의 지자체가 유치전에 나설 기세여서 일각의 청주 대안론 제기는 무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규 구단 창단은 더욱 까다롭다.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감당하면서 창단에 나설 기업체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데다, 청주시는 신규 구단 보호지역 인구 기준인 100만명을 충족하지 못한다.
또 프로야구 10번째 구단인 kt wiz 창단 당시 기존 구단들은 중계권료·스폰서 수익 분산 우려로 극심한 반대를 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야구장 건립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 역시 숙제다.
일반적인 야구장 건립에는 2천억원 안팎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돔구장을 짓는다면 5천억원에서 1조원 가까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필요에 따라 민간자본을 유치하거나 도민 성금 모금 운동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국 어디서나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국토의 중심 충북에 야구, 공연, 전시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을 짓는다고 하면 관심 갖는 투자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