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동물병원/김기택
굳게 문이 닫힌 일요일.
불 꺼진 '사랑의 동물병원'이 짖고 있다.
문틈으로 창틈으로
공기처럼 생긴 유리벽으로 컹컹컹
울음을 짖어대고 있다.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에다
발자국 소리 속에 들어있을 것 같은 사람들에다
강아지를 잘 쓰다듬어 줄 것 같은 그들의 부드러운 손에다
제 울음을 찢어지도록 구겨 넣고 있다.
조그만 몸뚱이 안에 든 모든 동물성을
사각의 공기 안에서 사각이 되지 않으려고 날뛰는 동물성을
늑대의 피를 갖고서도 짖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동물성을
왜 날뛰는지 몰라 스스로도 어리둥절한 동물성을
몸 밖으로 다 꺼내려 하고 있다.
아무리 꺼내려 해도 꺼내지지 않는 맹수의 본능을 대신해서
울음이 하릴없이 유리창을 들이받고 있다.
벽을 들이받고 있다.
간판에 예쁘게 프린트된 '사랑'을 들이받고 있다.
수없이 꼬리치며 반겼던 주인들을 들이받고 있다.
부딪치다 떨어져도
콘크리트에 박히려다 튕겨 나온 못처럼 떨어져도
들이받는 것밖에 몰라 들이받고 있다.
부딪치다 떨어져도
콘크리트에 박히려다 튕겨 나온 못처럼 떨어져도
들이받는 것밖에 몰라 들이받고 있다.
짖는 소리에 제 사나운 이빨을 달아서
광견병이 있을 것 같은 거품을 가득 묻혀서 들이받고 있다.
미용사가 깎고 빗겨 귀엽게 물결치는 귀와 꼬리의 하얀 털과
머리에 단 분홍 리본과
인간에게서는 볼 수 없다는 충직하고 순수한 눈망울 속에서
이제는 아무 쓸모가 없어진 야수성을 다하여
귀여운 장난감이 되는 데만 조금 필요한 야수성을 다하여
꼬리치고 말 잘 듣는 야수성을 다하여
아무리 용을 써도 제 안에서 한 치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야수성을 다하여
아무도 없는 일요일을 들이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