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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금 먹는 하마' 대전 스카이로드 애물단지 전락

연간 운영 예산만 12억원…부족한 콘텐츠 광고로 채워

[문화투데이 장은영 기자] "스카이로드(천장형 대형 LED 시설)가 생길 때부터 이 길을 계속 지나다녔지만, 손에 꼽을 만한 콘텐츠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네요."

 

지난 18일 오후 대전 중구 으능정이 스카이로드 일원.

 

천장에서는 계속 '전국 최대 규모의 게임방…시간당 4천원' 등의 멘트와 함께 영상 광고가 흘러나왔지만,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주변 노래방과 인형뽑기방, 오락실 등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까지 섞인 소음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었다.

 

간혹 테트리스 같은 오락 콘텐츠에 신기한 듯 사진을 찍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시간을 광고나 지자체 축제 소식 등이 차지하고 있어 눈길을 끌기가 쉽지 않았다.

 

중구 주민 김모(51) 씨는 "자연스럽게 영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올려다봐야 하는데 대부분 광고인 영상을 누가 굳이 길을 멈추고 서서 보겠느냐"면서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라도 틀면 볼만할 텐데…예전에는 그런 스포츠 경기도 내보낸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거의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삼십 분 가까이 영상이 계속되는 동안 송출되는 콘텐츠는 병원·마트 등 상업광고나 공익 광고가 대부분이었고 그마저도 같은 화면만 반복돼 단조로움을 벗어나지 못했다.

 

스카이로드는 길이 215m, 너비 13.3m, 높이 23m 규모의 천장형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시설이다. 국비 82억원과 시비 83억원 등 모두 165억원을 들여 2013년 9월 6일 개장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거리에 버금가는 볼거리를 만들어 침체한 원도심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십수 년이 지난 현재는 대형 지붕 광고판으로 전락했다.

 

개장 당시 대전연구원(옛 대전발전연구원)은 스카이로드 운영 보고서에서 연간 광고 수입이 21억원, 운영비를 제외한 순수입이 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장밋빛 전망은 물 건너갔다.

 

단조로운 패턴과 추상적인 시각화가 반복되면서 지루하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근본적으로 스토리텔링과 상호작용이 없는 영상 콘텐츠의 특성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빛과 소음이 일으키는 공해로 오히려 주변 상가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초기부터 콘텐츠 송출 대행 업무를 맡아오던 지역 한 방송사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손을 뗐고, 여러 차례 유찰 끝에 2019년부터 다른 방송사가 맡아 하고 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로드 시설 운영은 시에서 맡고 있는데, 인건비와 콘텐츠 제작비, 시설 안전 진단 비용을 포함해 연간 예산이 12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LED 패널, 음향 장비, 카메라 등 노후화된 부품을 교체하는 유지 비용만 연간 2억원 정도다.

 

상업광고를 유치하기 쉽지 않아 공익광고를 내보내거나 대전시 자체 제작 그래픽 등을 내보내고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캐노피(지붕)를 받치는 굵은 기둥으로 된 대형 구조물 탓에 보행자들의 통행이 어렵고, 영상과 함께 나오는 소리 때문에 영업에 차질이 있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상인들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구조물 노후화로 안전성 우려까지 제기되며 일각에서는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2022년 주변 상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당시 존치하자는 의견이 더 많아 그냥 두기로 했다"며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있어 음향을 줄여 송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설을 전면 교체하고 최신 LED 콘텐츠를 송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려면 예산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전시의회 이중호 의원은 "해마다 유지비는 증가하고 광고 수익은 하락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철거할 수는 없으니 답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콘텐츠의 질과 운영방식을 개선해 스카이로드가 원도심 관광과 상권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