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1998년) 크라운제과가 부도났을 때 등산했습니다. 산에 올라가서 앉아있다가 내려오는데 처음 듣는 음악 소리가 들렸는데 대금이었어요. 내려오자마자 대금 선생을 찾아가서 대금을 배웠습니다. 그러다 단소로 빠졌죠."
국내 민간 기업 주최 국악 공연 중 최대 규모인 '창신제'를 20년 넘게 열어온 크라운해태제과의 윤영달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국악에 관심을 가진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크라운해태의 '창신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어려웠던 시기에 응원해준 고객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하기 한 해 전인 지난 2004년 시작됐다.
올해 스무번째를 맞았다. 지난 17일 시작된 이번 공연은 1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올해 창신제는 지난해와 같이 백제 노래 '정읍사'(井邑詞)에서 기원한 '수제천'을 재해석했다.
크라운해태는 20차례의 창신제 공연에 200억원을 들였다. 이를 포함해 지난 22년간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후원한 금액은 1천억원에 이른다.
크라운해태 임직원은 사내 국악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창신제 공연에도 참여한다. 2012년 제8회 창신제에서는 임직원 100명이 판소리 '사철가'를 '떼창'으로 부르기도 했다.
윤 회장은 "우리가 (국악을) 배우지 않고 돈만 지원하면 진짜 필요한 것을 알 수 없어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고 말했다.
창신제 무대에 직접 서기도 했던 윤 회장은 간담회 도중 사철가의 "이 산 저 산 꽃이 피면∼"이라는 대목을 짧게 선보이기도 했다.
윤 회장은 국악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국악은 K팝에 큰 영향을 줬으며 K팝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옛날부터 서양은 무대에서 뛴 적이 없다. 무용도 사뿐사뿐한다"면서 "우리는 싸이가 뛰기 시작했는데 국악에서 뛰는 걸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운해태는 명인·명창을 지원하고 청년 국악인을 위한 국악관현악단과 연희단을 운영하며 영재를 육성한다. 매주 일요일 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열리는 '영재한음회'도 후원 중인데 윤 회장은 일요일마다 이 공연을 보러 간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영재를 발굴하면서 공연을 계속 확장하려 한다. 국악의 일상화가 꿈인데 아직 멀었다"라며 허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