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김태균 기자] "어? 12시…의원님들이 질의를 너무 잘해주셔서 딱 맞춰서 끝났네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어기구(더불어민주당) 위원장은 17일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국정감사 오전 질의가 예정된 시간에 맞춰 끝나자 활짝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어 위원장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저도 잠깐 질문 2개 정도만 하고 끝내겠다"며 한국농어촌공사에 해외 농지 관리 방안을, 한국농수산유통공사에는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을 짧게 물었다.
이날 국감은 다른 국회 상임위와 같은 정쟁이나 파행 없이 현안에 대한 질의만 이어졌다.
국감에 참여한 농해수위 위원들이 미리 준비한 도표와 영상 등을 토대로 까다로운 질의를 쏟아내면서 농진청과 한국농어촌공사 등 피감기관에서는 자성과 사과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의원은 농어촌공사가 제작한 'RE100' 관련 영상을 틀면서 "왜 재생에너지 확대를 알리는 영상에 농민이 대파밭을 갈아엎는 장면을 썼느냐"고 따져 물었다.
문 의원은 "대파밭을 엎는 농민의 심정을 이해한다면 저 영상은 쓰면 안 된다"며 "이건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김인중 농어촌공사 사장은 "아마 영상을 제작한 직원들이 대파를 (갈아엎는걸) 수확하는 걸로 착각해서 저 장면을 넣은 것 같다"며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바로 잘못을 인정했다.

민주당 서삼석 의원은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이 오전 질의에서 착오로 '농업인안전보호법은 우리 사무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 오후에 사과하자 "밤낮 없이 국감을 준비한 (농진청) 직원들을 생각한다면 청장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무겁게 지적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골프장 등에서 쓰이는 살균제인 '클로로탈로닐'의 남용, 고령화 현상, 식량 수입 의존도 심화 등에 관한 농촌 현장의 현안을 각각 알기 쉽게 표로 제시해 농진청장으로부터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라는 답변을 끌어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은 작물과 농업재해를 모니터링하는 농업 위성에 관한 내용을 질의하면서 "우리가 늦게 위성 개발을 시작한 만큼 농업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해주셨으면 한다"며 "먼저 시작한 미국이나 유럽의 농업 위성이 '제네시스'라면 우리는 '아반떼' 급이라서 걱정이 된다"고 웃으면서 분발을 촉구했다.
질의 도중 항의하거나 다른 의원의 말을 끊는 일 없이 각자 준비한 질문과 답변을 차분하게 진행한 덕에 이날 국감은 예정된 오후 4시께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