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김태균 기자]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에서 일부 농산물을 협상 카드로 쓸 것임을 시사하자, 농업계에서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는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동원한다는 방침이지만, 농업인단체들은 더 이상의 희생은 안 된다며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28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인 다음 달 1일을 앞두고 막판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해온 조선산업 협력 강화뿐 아니라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도 카드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25일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농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민감도를 고려해 농산물 품목 중 쌀과 소고기를 반드시 지켜야 할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농업계 안팎에선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두 품목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번 미국과 무역 협상에서 각국은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을 카드로 썼다.
일본의 경우 미국과 상호관세 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쌀과 일부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기로 했다.
호주도 미국과 무역 협상을 위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 규제를 해제했다.
그러나 미국산 쌀과 소고기 수입 확대는 다른 국가와도 얽혀 있는 문제여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각국에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할당하지 않아, 다른 국가의 동의 없이도 미국의 쌀 비중을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와 달리 미국과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에 TRQ를 각각 적용하고 있다.
미국 물량을 늘리고 다른 나라 물량을 줄이려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미국만 더 늘려주려면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
소고기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광우병이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국가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는 수입 금지 품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이를 허용하면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통상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로 개방할 경우 국내 농축산업계의 반발을 해소할 방안을 찾는 것도 정부의 과제 중 하나다.
앞서 농업인단체들은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협상 카드로 쓰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민의길 등 농축산업 단체들은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농업인의 양해와 동의 없이 농축산물 관세, 비관세 장벽을 허문다면 절대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농업의 지속성 확보와 5천만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통상당국이 농축산물 시장 개방 카드를 고민하면서, 업계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할 예정이다.
지난 16일에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미국산 농축산물 추가 개방에 나서면 단체 행동을 하겠다고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