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김태균·구재숙 기자] "이 더위에 소비쿠폰 쓰러 그나마 나오는 거예요"
지난 25일 대낮에 찾은 남대문시장의 상인들은 폭염에 손님이 없다면서 그나마 물건을 사는 고객은 소비쿠폰 사용자라고 했다.
한 속옷 가게 입구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이라고 쓰인 안내 문구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가게 주인은 "물건 사는 고객의 60%는 소비쿠폰 되냐고 물어본다"며 "기껏해야 1만∼2만원어치 정도지만 공돈으로 사는 것 같아서 기분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 몰려있는 안경원들도 저마다 유리문에 '소비쿠폰 가능' 안내문을 부착하고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고객 응대를 하던 한 안경원 주인은 "소비쿠폰 받은 김에 안경을 맞추러 왔다는 손님들이 몇몇 있었다"며 "아직은 초반이라 큰 변화는 없지만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7일 유통과 각 업계에 따르면 전통시장뿐 아니라 패션·화장품 업계도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대리점들의 매출 증대에 적극 나섰다.
뉴발란스는 카카오톡을 통해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대리점을 안내하고 대리점에서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면 5%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편집숍 웰메이드,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 등을 운영하는 세정그룹도 전국 1천여개 가맹점의 매출 증대를 위해 매장에서만 구매 금액별 추가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에 소비쿠폰 발급 첫 주 매출도 증가세다. 뉴발란스의 대리점 매출은 50%가량 늘었다.
화장품 업계는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길거리 매장 홍보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소비쿠폰 사용처에 해당하는 340여개 아리따움 가맹점의 소비 활성화를 위해 '소비쿠폰 사용가능처' 홍보물을 매장에 공급했다. 세일 기간을 기존 사흘(3일)에서 엿새(6일)로 늘려 지난 21∼26일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CJ올리브영도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에 매장 입구에 부착할 수 있는 안내 스티커를 배부했다.
전체 올리브영 매장에서 가맹점 비율이 약 11%로 낮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맹점 찾는 법', '가맹점 리스트' 등의 정보공유 글까지 등장했다.
미샤도 소비쿠폰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매달 말 진행하는 가맹점 정기 프로모션 할인율을 확대하고, 고객들에게 소비쿠폰 사용을 유도하는 안내 문자를 보낼 예정이다.
주로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편의점은 소비쿠폰 사용 고객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나의 골목상권에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이 2∼4개씩 붙어있는 경우가 있다 보니 매장 입구에 '소비쿠폰 사용 가능' 안내를 큼지막하게 붙여놓은 곳들이 많다.
소비쿠폰이 풀린 지난 22∼24일 품목별 매출을 보면 지난달과 비교해 정육과 양곡 품목의 소비가 크게 늘었다.
GS25에서는 국산우육은 169%, 국산돈육은 73% 각각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냉동정육이 30% 늘었다. 이마트24에서는 쌀, 잡곡 등 양곡이 136%, CU에서도 양곡이 70% 각각 증가했다.
이 밖에 생수·기저귀 같은 생필품과 고급 아이스크림처럼 평상시 잘 사지 않던 품목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첫 주여서 지켜봐야겠지만 길거리 점포들은 그간 온라인을 찾던 수요가 조금은 분산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매출이 큰 폭으로 늘지 않더라도 도움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식 가맹업계도 소비쿠폰 특수를 누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BBQ, 교촌, bhc, 맘스터치 등 브랜드는 90% 이상의 매장에서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가맹점들은 매장 안팎에 소비쿠폰 홍보물을 붙이고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bhc 등 가맹점은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공공 배달앱 땡겨요와 할인 프로모션을 하고, 파리바게뜨는 카스테라 증정 이벤트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