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브랜드 가치나 성분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우니 일단 콜라보(협업)로 띄우고 보자는 것 같아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화장품 관련 정보 글을 올리며 1만2천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은 소비자 A씨의 얘기다. 화장품 성분에 특히 관심이 많다는 A씨는 "근래 브랜드와 캐릭터 콜라보가 더 많아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통업계가 수년째 캐릭터 콜라보 상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단발성 캐릭터 소비만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이 브랜드 자체를 강화하기보다는 캐릭터의 '팬덤'에만 의지해 패키지 갈아 끼우기식 협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상품은 유통가의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 CU의 캐릭터 협업 상품 수는 2021년 50여 종에서 지난해 370여 종으로 4년 새 7배 폭증했다. 매출도 지난 2023년에는 320%까지 폭풍 성장했다.
GS25의 관련 매출 성장 역시 2023년 102.2%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성장세는 둔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U의 경우 2024과 2025년 매출 성장이 각각 82.2%와 105%를 기록했으나 2023년과 비교해 낮아지는 추세다.
GS25 역시 같은 기간 매출 성장이 59.8%, 53.5%로 내려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이슈가 되는 인물 또는 캐릭터와 협업하면 소비자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며 "그렇다 보니 업체 간 콜라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매출 성장이라는 장기적 목표에 따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단기 처방에 의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업 상품이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다. 2020∼2022년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수제 맥주 콜라보 제품들은 기획 실패 사례로 꼽힌다.
당시 콜라보 제품인 '곰표 밀맥주'가 출시 일주일 만에 30만 개가 팔려나가는 등 인기를 끌자 기업들은 너도나도 수제 맥주 콜라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맛의 다양성보다는 디자인에만 집중한 탓에 소비자들은 금세 등을 돌렸고, 이 기간 새로 출시된 맥주 상품은 연달아 단종되는 결과를 맞았다.
수제 맥주라는 '프리미엄'의 이미지도 살리지 못하고, 캐릭터만 갈아 끼워 제품 본연의 강점을 희석했다는 지적이다.
콜라보 열풍이 약 5년째 이어지면서 개별 브랜드만의 개성이 사라진다고 지적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A씨는 "공주 컨셉으로 독보적이었던 뷰티 브랜드가 단발성 콜라보를 하면서 개성을 잃었다"며 "여러 브랜드가 기존 감성과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와의 협업을 선택하는 현실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무분별한 협업 상품을 제작하는 대신 자체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부각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롯데홈쇼핑의 '벨리곰'과 CU의 'CU프렌즈', GS25의 '무무씨'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벨리곰'은 롯데홈쇼핑이 만든 자체 캐릭터로, 공개 6년 만에 관련 누적 매출 2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마케팅 효과를 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장에 상품이 너무 많아지고, 소비자 눈길을 끌기도 어려워지면서 기업이 이미 팬층을 확보한 캐릭터를 마케팅 수단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며 "캐릭터 콜라보가 넘쳐나게 되면 소비자들은 피로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식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면, 이제 기업은 대중에 각인될 수 있는 또 다른 마케팅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