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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식품 고물가에 공정위·국세청도 '칼 빼 든다'

CJ 등 설탕 담합 제재 임박…농심·오리온·롯데웰푸드·크라운제과 등도 조사 중
가격 조정 명령·기업분할 카드 나올지 '주목'…정부 "물가 안정이 곧 민생 안정"

 

[문화투데이 김태균 기자] 최근 고물가와 관련해 경제부처뿐 아니라 사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식료품 소비자 물가가 5년 만에 20% 이상 뛴 것은 사실상 '시장 실패'이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뜻에 발맞춘 행보다.

 

8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강한 어조로 "물가 안정이 곧 민생 안정"이라며 대응을 주문했다.

 

최근 물가는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이다.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인 2% 내외(전년 동월 대비)에서 움직이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수준 자체가 크게 높아져서 부담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9월에 비하면 16.2% 상승했다.

 

특히 과일(35.2%), 우유·치즈 및 계란(30.7%), 빵·곡물(28.0%), 과자·빙과류 및 당류(27.8%), 육류(21.1%) 등 식료품에서 상승률이 높다.

 

이와 같은 먹거리 물가 상승은 취약계층에 직격탄이 된다.

 

이 대통령은 식료품 물가 상승이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시장 실패'라고 보고,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담합·독점 등 경쟁 왜곡이 누적돼 시장 자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도 없지만, 시장도 정부 정책을 이길 수 없는 관계"라며 "고삐를 놔주면 담합하고 독점하고 횡포를 부리고 폭리를 취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눈 똑바로 뜨고 기준을 똑바로 만들어서 엄격하게 제시하고 엄정하게 관리하면 정부 마음대로는 안되지만, 또 시장 마음대로 하는 건 통제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지목하면서 공정위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이달 안으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설탕 담합 혐의와 관련해서 제재 절차(심사보고서 발송)에 나선다.

 

설탕과 함께 빵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밀가루·계란 가격 담합 혐의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계란 가격 담합은 현재 조사 중이다. 국내·국제 가격에 차이가 큰 밀가루는 집중 모니터링해 담합 혐의가 잡히면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가공식품 출고가 줄인상과 관련해 농심, 오리온, 롯데웰푸드, 크라운제과 등의 담합 혐의도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돼지고기 가격 담합 혐의를 받는 목우촌·도드람·CJ피드앤케어 등 6개 육가공 업체 조사 마무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가공식품 등 국민 생활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 밀접 품목에서 담합 등 경쟁을 가로막는 행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있다고 의심이 되는 부분은 직권 조사로 엄중하게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였던 '가격 조정 명령'이나 한국 경쟁법에는 근거 규정이 없는 '기업 분할' 카드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가격 조정 명령은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정부가 강제로 가격을 내리도록 하는 제도로,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했다.

 

공정거래법에 규정돼 있지만, '정상 가격'이 얼마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실제로 집행된 적은 없다.

 

역시 이 대통령이 언급한 기업 분할은 독점 기업을 강제로 쪼개는 제재다.

 

미국에서는 '셔먼법'을 근거로 1911년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을 34개 기업으로 분할하는 등 사례가 있다.

 

이 대통령은 "제도를 바꾸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꼭 공정위 안에서 시정할 수 있는 것만 하지 말고, 제안이나 보고도 해달라"고 주문했다.

 

국세청도 물가안정을 향한 칼을 빼 들었다.

 

국세청은 지난달 55개 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14개), 가공식품 업체(12개), 농·축·수산물 업체(12개) 등 생활물가와 밀접한 업종 전반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 등을 호소하면서 상품 가격을 올린 뒤, 뒤로는 8천억원 규모의 탈세를 저지른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가공식품 업체 중 10% 이상 가격을 올린 곳은 8곳이었고, 30% 올린 곳도 있었다. 프랜차이즈 업체 역시 10곳이 10% 이상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들은 원재료 비용이나 인건비를 허위로 올리는 수법으로 원가를 뻥튀기한 뒤 소득을 줄이는 꼼수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국세청은 판단하고 있다.

 

세무조사는 직접 물가를 낮추는 수단은 아니지만, 가격 인상의 정당성을 검증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간접적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바로 드러나지 않는 폭리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보다 근본적인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기재부, 공정위,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가 협업해 식료품 물가 상승 원인을 심층분석하고, 스마트 농수산업 등 생산성 제고와 식료품 유통구조 혁신 등 구조개선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6일 공동 배포한 물가 관련 참고자료에서 "물가안정을 민생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농축수산물 수급조절, 할인지원, 할당관세 등 단기 대책과 함께, 식품업계 경쟁촉진, 농축수산물 유통구조 효율화, 농업 생산성 향상 등 구조적 물가안정 대책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