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장은영 기자]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비상 경영 체계'를 선포한 농협중앙회가 임직원과 조합장 등 간부들에게 특별활동 수당과 선물을 지급하고 공금을 낭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성추행과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는 직원들을 징계하지 않고 특정 조합에 무이자 자금을 집중적으로 지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에서 비위의혹 등 65건에서 적발한 문제점을 8일 공개했다.
농협중앙회는 작년 5월 경영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고강도 자구책을 시행하는 '비상경영 체계'를 가동했다. 그러나 이번 특별감사에선 내부통제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을 물론이고 임직원의 각종 범죄 의혹을 눈감아주거나 방만한 자금 운용과 부실 경영 등의 각종 문제점이 '선물 세트'처럼 무더기로 발견됐다.
◇ 자금·경비 집행 맘대로 농민돈 펑펑 써…활동내용 확인도 안 하고 수당 지급
농협 회원조합 연체액이 지난 2024년말 14조3천억원(연체율 4.03%)에서 작년 5월 18조7천억원(연체율 5.16%)으로 5개월 새 4조원 넘게 급증하는 등 부실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으나 농협중앙회는 자금과 경비를 부적정하게 집행·관리한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다섯 차례 해외 출장을 가면서 숙박비를 모두 상한선 기준(250달러)을 초과해 사용했다. 초과 집행 액수는 4천만원에 달했다.
이 밖에 농협중앙회는 활동 내용에 대한 확인도 없이 비상임 이사와 감사, 조합감사위원 등에게 매년 2회 활동 수당을 지급하고 있었다. 수당은 한 달 기준 300만∼400만원이다.
지난 2024년에는 부회장(전무이사)과 집행 간부 등 11명에게 갑자기 1천400만∼1천600만원씩 모두 1억5천700만원을 지급한 일도 있었다.
당시 열린 15차 이사회에서 이사 한 명이 즉석에서 '특별성과 보수'를 안건으로 올렸고, 이사회가 이를 의결하며 지급 사유와 금액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지급이 결정됐다.
이번 감사에 외부 전문가로 참여한 윤종훈 회계사는 이날 농식품부 브리핑에서 농협의 회계상 특이점에 대한 질의에 "농협중앙회가 재계 10위 안에 드는 규모인데 일반 기업에 비해 시스템과 인력 전문성에서 상당히 많이 뒤처져 있다고 느꼈다"며 "비유하자면 요즘 카카오맵이나 네이버지도를 쓰는데 종이지도 가지고 찾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의 무이자자금 지원이 특정 조합에 집중된 사실도 적발했다.
1천52개 일반 조합의 지난 2024년 무이자자금 지원액은 조합당 평균 121억7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조합장이 중앙회 이사로 재임 중인 18개 조합에 나간 무이자자금은 181억원으로 26.3%나 늘었다.
◇ 농협중앙회 임직원 '봐주기식' 징계…성추행·배임 등 범죄 혐의 눈감아줘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의 '봐주기 징계'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시정 요구를 하기로 했다.
지난 2022년 이후 농협중앙회 임직원 징계 21건 중 6건은 위력에 의한 성추행, 업무상 배임 등 범죄 혐의가 있었지만, 고발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
또 임직원 비위 행위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를 모두 내부 직원으로 구성하고, 인사총무팀에서 검토한 징계 수위를 100% 반영하도록 하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성희롱·성폭력 사건 징계의 경우 피해자와 같은 성별의 위원을 3분의 1 이상 포함하도록 하고 있지만, 농협중앙회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 밖에 조합감사위원회는 회원조합 징계에 소극적이었고, 조합장에 대한 처분 중 최소 6건은 성희롱과 업무상 배임 등 중징계에 해당하지만, 경징계인 '견책'을 내렸다.
◇ 폐쇄적 운영도 적발…특정업체 수의계약, '알음알음' 채용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 기구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농협중앙회 이사회 구성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는 전체 농업인 단체와 학계가 아닌 일부에서 제한적으로 위원을 추천받아 구성됐다.
또 농협중앙회가 조합감사위원회 인사를 보고 받고 승진 규모를 조정하는 등 위원회의 인사 독립성을 훼손한 정황도 드러났다.
농협중앙회는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특정 용역업체와 경비·운전 인력을 수의계약해 왔고, 농협 자회사는 이 업체에 건물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또 농협중앙회는 특정 컨설팅업체와 상시경영자문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했고, 계약 목적에 맞지 않는 과제를 선정하기도 했다.
농협재단의 경우 절차 없이 '알음알음 채용'을 진행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사장 지명으로 사무총장을 채용하면서 증빙서류를 제대로 받지 않았고, 농협장학관장을 규정에서 정한 직급(M·3·4급)이 아닌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했다.
◇ 농식품부, 농협 38건 의혹 추가 감사 착수…금품수수·부당 인사 및 대출 의혹
농식품부는 38건에 대해서는 이달 중 추가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우선 농협중앙회장과 임원이 받는 과도한 혜택을 면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신임이사는 개인 태블릿PC를 받고 이사 퇴임 시에는 전별금과 여행상품권, 순금 기념품을 받는다.
지난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농협중앙회는 참석 조합장 1천여명 모두에게 22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지급했는데, 전체 금액이 23억4천6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이 휴대폰 구매 절차의 적정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 농협중앙회가 예산을 임의 집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살펴보기로 했다.
농협경제지주는 지난 2024년 약 8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작년 1월 상근 임원들에게 특별 성과보수를 지급해, 이에 대한 적정성 평가에 나서기로 했다.
농협중앙회는 학교법인 농협학원에 작년 9월 15억9천200만원을 지원하면서 특정인에 대한 초빙교원 인건비로 7천200만원을 지급했는데, 이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 밖에 농식품부는 임직원 금품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계열사 부당인사 개입 의혹, 부당대출 의혹 등 비위 제보에 대한 사실관계도 확인해 필요하면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감사에서 강 회장과 지준섭 부회장에게 대면 문답을 요구했으나, 두 사람 모두 거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