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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치솟는 물가에 결국 백기…'착한밥집'들도 줄줄이 가격인상

정부 선정 착한가격업소 30곳 중 7곳이 가격 올렸거나 예정
"식재료·인건비·임대료 등 모두 올라…고민해도 어쩔 수 없어"

[문화투데이 김태균 기자] "모든 게 다 올랐다고 생각하면 돼요. 인건비도, 월세도, 재료비까지 모든 게. 어쩔 수가 없어요."

 

노강균(68)씨의 목소리는 체념조였다. 그가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인근에 터를 잡은 지도 어느덧 15년. 된장 뚝배기를 주문하면 양푼에 콩나물과 김 가루를 푸짐하게 담아내던 이곳은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과 노인들의 성지였다.

 

가게 이름은 '삼삼뚝배기'. 창업 당시 가격인 3천300원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지난 2일, 대표 메뉴인 된장 뚝배기의 가격은 7천500원이었고 가장 비싼 고등어조림은 8천원이었다. 최근 500원씩 가격을 올린 결과다.

 

노씨는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물가가 이렇게 올랐는데 나도 수고한 값은 있어야 했다"며 "물가가 오른 것보다 그것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내 마음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잘 먹었다'는 손님들이 눈에 밟혀 인상 폭을 최소화했다는 노씨의 가게는 행정안전부와 종로구청이 선정한 '착한가격업소'다. 지역 평균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업소에 부여되는 이름이다.

 

전국의 착한가격업소는 1만1천766곳에 달한다. 종량제 봉투 지원,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지만, 살인적인 고물가 앞에선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연합뉴스가 확인한 서울 시내 착한가격업소 30곳 중 노씨 가게를 비롯한 7곳이 최근 가격을 올렸거나 새해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씨는 "1년 전 5만원이던 쌀 20㎏ 포대가 6만원이 훌쩍 넘는다. 식구끼리 하니 버티는 거지 사람을 쓴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성북구 고려대 인근 한 착한가격업소도 김치찌개가 5천원이었다가 최근 500원 올랐다. 고깃값 상승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식당 주인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돼지고기가 또 오른다"고 한숨을 쉬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돼지 삼겹살 100g당 평균 소비자가격은 2천642원으로, 전년(2천500원) 대비 5.7% 상승했다. 목심(2천343원→2천453원), 갈비(1천413원→1천493원), 앞다리(1천411원→1천509원) 등 모든 부위가 오름세다.

 

역시 착한가격업소인 동대문구 답십리동 소재 닭곰탕집 운영자 김모(62)씨는 "자고 일어나면 식재료가 오른다. 날이 한 번 추워지면 야채 가격이 뛴다"고 했다. 이 가게 백반은 7천원으로 최근 500원 올렸고 추가 인상도 생각 중이다. 김씨는 "인건비도 해마다 오르지만 안 줄 수 없다. 근근이 버틸 뿐"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동결한 착한가격업소도 보릿고개인 건 마찬가지다. 동대문구 이문동의 '정성서울국수'는 멸치국수 5천원, 칼국수 7천원이라는 가격을 새해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 칼국수 평균가가 1만원에 육박(9천385원·작년 11월 한국소비자원)하는 상황에서 눈에 띌 만큼 저렴한 가격이다.

 

대신 이곳은 '배달'을 접었다. 배달 주문은 만두·김밥이 많은데, 손이 많이 가 인력 부담이 커진다. 어머니 양희자씨와 식당을 운영하는 김대환(43)씨는 "들깨도, 김도 원가가 많이 올랐지만 인건비가 제일 부담이다. 가격을 지키려 배달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도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 버텨볼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