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장은영 기자]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사무실 운영에 사용하는 일반수용비 예산 수천만원을 회식 대금으로 부정하게 집행하다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익 신고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직권조사에 나서면서다.
예산을 부적절하게 썼는데도 상급 기관인 산림청은 별다른 처분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무징계'로 끝나자 산림청 출신 인사들이 다수 있는 진흥원에서조차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한우집서 월례조회 결과 보고하며 예산 지출
국민권익위원회의 직권 조사는 진흥원이 수년간 부서 업무회의 등을 이유로 회식하면서 그 비용을 일반수용비로 처리하는 등 수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공익 신고가 지난해 7월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수개월에 걸친 권익위 확인 결과 수억원까지는 아니었지만, 수천만원의 예산을 흥청망청 쓴 사실이 드러났다.
진흥원은 202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회의비 명목으로 359건에 걸쳐 모두 5천381만9천원 상당의 식비와 다과비를 일반수용비로 처리했다.
진흥원 법인카드 사용 내용을 보면 국립횡성숲체원은 2023년 월례조회 결과 보고를 한다는 명목으로 직원들끼리 한우집에서 식사하며 40만3천원을 썼다.
국립양평치유의숲은 숲 체험 교육사업 회의 결과 보고를 한다면서 일반수용비로 직원들이 마실 커피를 15만4천970원어치 구입했다.
이런 식으로 5천만원이 넘는 예산이 밥값과 다과비로 지출됐다.
◇ 정부 지침상 일반수용비로는 회식비 지출 못 해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 운용 지침에 따르면 일반수용비는 필기용품·인쇄용지 구입, 비품수선비 등 사무실 운영에 쓰이는 예산 항목이다.
직원 회식비용은 업무추진비로 써야 한다.
그러나 권익위 조사 결과 진흥원은 업무추진비로 회식비를 지출하면서 직원 식사나 음료 구입, 다과비 명목으로 일반수용비까지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부정 집행은 진흥원이 2018년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 권익위 직권조사 전까지 수년간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급기야 정부 지침을 무시하고 직원 식대와 다과비를 1인당 3만원 이하까지 일반수용비로 처리할 수 있게 내부 예산 운용 기준을 자체적으로 바꿔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흥원은 일반수용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에야 예산 운영 지침을 바꾸고 감독을 강화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신생 기관이라 혼란한 상황에서, 준용해야 할 정부 상위 지침이나 세부적인 예산 항목 반영 기준을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직원들이 예산을 사적인 목적으로 유용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 부정 집행 확인한 산림청, '솜방망이' 처벌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 드러났다는 권익위의 통보에도 별다른 처분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최근까지 관련 조사를 한 산림청이 책임 추궁이나 경고조차 하지 않는 '불문' 조처로 사안을 종결한 것이다.
예산 부정 집행은 인정되지만, 기관 내부절차대로 처리됐으며 설립 초기인 진흥원이 행정업무 체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웠다는 점이 감안된 조처였다.
산림청은 진흥원 재무 관리자에 대해 '구두 경고' 조처했으나 과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식대와 다과비를 일반수용비로도 처리할 수 있는, 잘못된 예산 운용 기준을 마련했으나 3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적극 행정'을 시도했고, 권익위에 적발된 이후 예산 운용 기준을 다시 바꿨다는 이유에서였다.
산림청 관계자는 "상위지침 준용 의무를 진흥원이 몰랐던 잘못은 인정되나 기관 내부에서 상위 관리자 등의 승인을 받아 처리한 사안이라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고 직원들이 회삿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