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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법의 사각지대, 무인 전자담배…청소년 건강 '빨간불'

[문화투데이 김태균 기자] 길거리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24시간 무인 전자담배 가게가 청소년 건강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법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든 합성 니코틴 제품들이 아무런 규제 없이 판매되면서, 청소년들이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20년 1.9%에서 2024년 3.0%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일반 담배(궐련) 흡연율이 4.4%에서 3.6%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더욱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이후 일반 담배 흡연자가 될 확률이 3.5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문제의 핵심은 '합성 니코틴'에 있다. 현재 무인 판매점에서 주로 팔리는 전자담배 액상은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이 아닌, 화학적으로 만든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배를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것'으로 정의하는데, 합성 니코틴 제품은 이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법의 사각지대 때문에 무인 전자담배 가게는 일반 담배 판매점과 달리 '담배사업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담배 소매인 지정을 받을 필요도 없고, 24시간 자동판매기 운영도 가능하다. 사실상 청소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쉽게 니코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물론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전자담배 기기와 액상은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돼 있어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것이 금지된다. 대부분의 무인 판매점이 성인인증 장치를 갖추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점투성이다.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위조 신분증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인증을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매장 내 출입 자체를 막을 물리적 수단이 없다는 것도 근본적인 한계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니코틴 유형과 관계없이 전자담배를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미국·유럽 등과 달리,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합성 니코틴 제품의 규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기획재정부 소관인 '담배사업법' 개정이 더디더라도,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법' 내에서 광고나 자동판매기 규제 등을 우선 추진할 수 있었음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심지어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사업 예산은 최근 5년간 매년 감소해 2021년 1천200억 원대에서 2025년 900억 원대로 200억 원 이상 줄었다.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이라는 새로운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오히려 금연 정책의 동력은 약화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입법조사처는 "법의 공백 속에서 청소년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