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가을의 진미'로 불리는 송이버섯 채취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산지 주민들의 표정이 썩 밝지 않다.
이산 저산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짭짤한 부수입을 올릴 얻을 수 있는 추석 연휴를 코앞에 뒀지만, 늦더위 등 이상기온 탓에 송이가 올라오지 않고 있어서다.
사정은 전국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송이 생산량이 줄어 올해도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충북 제천시 청풍면 학현리 학현마을은 도내 대표적인 송이 산지다.
김동춘(68) 이장은 21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지난주 송이작목반원들과 풍년을 기원하는 기원제를 열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채취를 못 하고 있다"며 "올해는 덥고 기후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단양군 대강면 황정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송이채취반장 탁준국(58) 이장은 "지금쯤이면 잡버섯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전혀 올라오지 않고 있다"며 "기후 조건이 맞아야 송이가 자라는 데, 제때 수확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송이 채취 철은 보통 8월 하순부터 10월 하순까지다.
특히 낮 기온 24∼25도, 밤 기온 10∼14도로 큰 일교차가 생기는 9월 말∼10월 초에 가장 활발히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출하 시기가 해마다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은지 연구관은 "송이는 온도 차가 있어야 발생하는데, 올해는 낮 기온이 여전히 높아 송이 출현이 늦어지고 있다"며 "전체적인 작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양국유림관리소에 따르면 황정리의 올해 예상 수확량은 목표치(470㎏)의 75% 수준인 350㎏에 그칠 전망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유림 연구관도 "강원 영서는 가뭄, 경북은 봄철 산불 피해로 소나무가 훼손돼 송이 생산 기반이 약화했다"며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채취량 부족은 산림조합 공판 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림청 관계자는 "강원 인제는 23일, 경북 영덕은 25일 공판이 예정돼 있지만 물량이 부족하면 연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송이는 해마다 추석을 전후해 선물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오른다.
지난해에는 강원 양양 송이 1등급이 ㎏당 160만 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올해도 기후변화와 산불 여파로 공급이 줄어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경북 외 지역에서 생산이 늘어날 경우에는 가격 안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