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장은영 기자]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대한민국 농업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후변화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응 방안 수립"이라고 말했다.
홍 사장은 최근 서초구 aT센터에서 진행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금(金)배추', '금사과' 사태를 겪으면서 기후 위기가 우리 일상 먹거리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모두가 체감하게 됐지만, 정작 농업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각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에도 무더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수박과 열무 등 여름철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어획량까지 감소해 수산물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가격 불안정이 일상화되면서 제철 먹거리마저 부담 없이 구매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코로나19의 영향이 100이라면 기후변화는 1천"이라며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고, 이는 국가 차원의 식량안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선 의원을 지낸 홍 사장은 작년 8월 aT 사장으로 취임해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한 달 만인 작년 9월 '기후변화 대응 수급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올해 정규 조직인 '기후변화대응부'로 개편했다.
현재 기후변화대응부는 고랭지 여름배추의 수급 불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여름배추 생산-가공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덥고 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준고랭지 배추 신품종인 '하라듀'를 강원 평창·정선군, 전북 남원시 등 5개 지역의 농가 6곳에서 모두 300t(톤)을 시범 재배하고 있다.
홍 사장은 "기존 품종은 60일 뒤 수확할 수 있는데 하라듀는 45∼50일 만에 수확할 수 있다"며 "시범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품종 확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배추를 더 오래 저장할 수 있는 비축기지 확충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CA(기체 제어) 저장 기술을 도입해 봄배추의 보관 기간을 기존 2개월에서 석 달(3개월)로 연장해 8∼9월 배추 공급 공백기를 메운다는 방침이다.
홍 사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도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5∼6단계로 복잡한 유통단계를 2∼3단계로 줄이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유통 구조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안 중 하나로는 현재 aT에서 운영 중인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들었다. 이 시장의 작년 거래 실적은 6천737억원이었다.
aT는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실적을 올해 1조원에서 오는 2027년 5조원으로 가락시장 규모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홍 사장은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급식·식자재 기업, 대형마트 등과 협력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카카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카카오의 소매 플랫폼인 톡딜을 통해 국산 농산물을 판매하기로 했다.
다만 온라인도매시장은 현재 법적 근거 없이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홍 사장은 이와 관련해 "불확실성으로 판매자와 구매자의 참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의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조속한 법률 제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올해 3월과 4월 일본과 미국을 차례로 찾았고 지난달과 이달에는 각각 중동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K푸드 시장을 살폈다.
홍 사장은 세계 각국에서 K푸드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뿐 아니라 딸기, 포도 등 농산물까지 다양한 품목이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미(對美) 수출의 경우 관세 협상으로 무역 환경이 바뀌면서 영향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 사장은 이와 관련해 "정부, 대미 식품 수출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미국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상호관세 문제가 장기화하면 생산자와 수출자의 경영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미국, 중국, 일본에 편중된 수출 구조는 리스크(위험)가 높은 만큼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