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구재숙 기자] 지난달 19일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수사당국이 요청한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두 차례나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찰과 고용노동부, 검찰 등 3개 수사기관(이하 수사팀)은 이번 사고 발생 직후 협의를 거쳐 압수수색 영장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청구했다.
법원은 이에 관해 검토한 뒤 기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기각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수사팀은 이후 법원의 지적사항을 보완해 지난달 말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재차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역시 사유는 발려지지 않았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 사망 사고 수사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한 차례 정도 기각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보완을 거쳤음에도 재차 기각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노동부와 검찰에서도 '영장이 어떻게 두 번이나 기각될 수 있느냐'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수사팀은 SPC삼립 시화공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3차 청구를 비롯한 후속 수사 방향에 관해 계속 논의 중이다.
수사팀은 영장 3차 청구 여부에 관해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산업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압수수색은 현장 감식과 더불어 원인 규명을 위해 거쳐야 할 필수적 절차이다.
지난 4월 급식업체인 아워홈의 공장에서 일하다 다친 근로자가 끝내 숨지자 수사당국은 사망 엿새 만에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지난 2월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각 위에 설치 중이던 교량 상판 구조물이 무너져 근로자 다수가 사상하자 단 사흘 만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종전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 2023년 성남 샤니 제빵공장 50대 여성 근로자 사망 사고는 각각 사고 발생 5일과 3일 만에 압수수색이 단행됐다. 청구한 영장은 법원에서 단 한 차례의 기각 결정 없이 즉각 받아들여졌다.
반면 SPC삼립 시화공장의 경우 법원이 두 차례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면서, 사고 발생 보름 이상이 지나도록 강제수사를 받지 않고 있다.
이번 사례가 다른 SPC 계열사 사고 사례와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앞서 지난달 19일 오전 3시께 시흥시에 소재한 이 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중 기계에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수사팀은 지난달 27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하고, 공장 관계자들을 형사 입건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