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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혼란기 식품값 줄인상에 서민 물가부담 가중

주요 가공식품 34개 중 24개 가격 올라…전년비 평균 7.1% 상승
"새정부 출범 후에도 물가 상승세 지속 전망…최우선 민생과제"

 

[문화투데이 구재숙·장은영 기자]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뜀박질하고 있다.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더욱 치솟고 있다.

 

올해 먹거리 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봇물 터지듯 한 식품기업들의 가격 인상이다.

 

지난해 급등세를 보인 농산물 가격은 올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서민 소득이 작년보다 감소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던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의 혼란기에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의 가공식품 물가 관리 노력은 '관치'라는 볼멘소리에도 어느 정도는 성과가 있는 듯했다. 롯데웰푸드와 BBQ가 제품 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했다가 농림축산식품부의 요구에 인상 시기를 늦출 정도로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서 이어진 기업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은 고삐 풀린 듯했다.

 

가격 인상 사례는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3월 이후 부쩍 늘었고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둔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았다. 제품 가격을 올린 기업 관계자들은 1일 "새 정부 출범 직후에는 가격 인상이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동서식품은 대선 나흘 전인 전날 국내 믹스커피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한 맥심 모카골드 가격을 9% 올렸다. 지난해 11월 9.5% 올린 데 이어 6개월밖에 되지 않아 또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모카골드 믹스(180개) 제품은 대형마트 가격이 약 3만5천원으로 6천원가량 올랐다.

 

롯데웰푸드도 8개월 새 과자와 아이스크림 수십개를 두 차례 인상하면서 빼빼로 2천원 시대를 열었다. 크런키 가격은 40% 넘게 뛰었다.

 

농심은 라면과 스낵에 이어 이날 스프 가격도 인상했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올리고 두 달 만에 요플레 등 발효유 제품을 또 올렸다.

 

다만 농식품부는 최근 사흘 연속 설명자료를 내고 "식품업계의 대선과 맞물린 가격 인상은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서 물가 관리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반박하고 정부와 업계가 인상 품목과 폭,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을 인상한 식품·외식업체는 최근 6개월간 60곳이 넘는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주요 가공식품 가격은 최근 1년 새 적잖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소비자가 많이 구매하는 식품 34개 품목 중 24개의 가격이 1년 전보다 평균 7.1% 올랐다.

 

품목별 상승률은 맛살 가격이 50%로 가장 높았고 커피믹스 34.5%, 고추장 25.8%, 콜라 22.6%, 컵밥 22.2%, 카레 18.0% 등의 순이다.

 

이 밖에 참기름(13.3%), 즉석죽(13.2%), 간장(12.4%) 등도 10%대의 높은 가격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달과 비교하면 커피믹스 가격이 14.4% 뛰었고 햄이 8.9%, 소시지 6.4%, 카레·컵라면 각 4.3% 등의 상승 폭을 보였다.

 

이 같은 가격 동향은 소비자가 대형마트와 같은 일선 유통 채널에서 제조사 출고가 인상이나 유통업체 할인행사 등을 반영한 실구매가격의 움직임을 집계한 것이다.

 

지난 4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값이 4.1%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2.1%)을 훨씬 상회하면서 전체 물가를 0.35%포인트 끌어올렸다. 2023년 12월(4.2%) 이후 16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가공식품 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11월만 해도 1.3%였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2.0%에 이어 올해 1월 2.7%로 높아졌고, 2월 2.9%, 3월 3.6% 등 매달 거침 없는 오름세를 보였다.

 

외식 물가도 지난 4월 3.2% 올라 지난해 3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특히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114만원으로 전년보다 1.5% 줄었는데 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오히려 식비 부담은 늘어났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6명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민생 과제로 지목했다.

 

한경협은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물가 추세가 누적되면서 체감 물가가 높다고 분석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추진할 정책으로는 '농축산물·생필품 가격 안정(35.9%)'이 가장 많이 꼽혔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물가 상승세가 꺾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세가 길어지면 기업 인건비 상승 요인이 되기 마련이고 연쇄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면이 있다"면서 "지금 그런 단계라서 물가 상승률이 쉽게 주춤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농산물 수입선 다변화와 유통구조 개선 등을 주문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나란히 농산물 유통 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경기 진작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으나 수요 증가로 인한 물가 상승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기후변화도 식탁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기후변화로 농수산물 생산이 감소해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봄에는 사과와 배 가격이 전년의 두배로 치솟았다. 서리 피해 등 기상재해로 생산량이 30%가량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커피와 코코아(초콜릿 원료), 올리브유 국제 가격이 뛰기도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은 계속 커질 것이고 이는 정부가 단기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정부가 주로 농산물 할인 지원 정책 펼치고 있지만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기후변화에 강한 종자를 만드는 등 장기적인 수급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철 교수는 "물가 상승세가 3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데, 정부가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장기적으로 원재료 공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팜 같은 공급 대책을 잘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