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장은영 기자]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세계 주요국들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마이너스(-) 또는 0%대의 낮은 성장률과 30위권 안팎의 낮은 순위가 굳어지는 분위기로, 올해 1분기 역시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콜롬비아·리투아니아를 제외한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중국을 더해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조사한 결과, 한국(0.066%)은 전체 37개국 중 29위로 집계됐다.
한은은 지난달 5일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치)' 발표 당시 4분기 성장률을 0.1%로 공개했지만 반올림 전 실제 수치는 0.06%대로, 역(-)성장을 겨우 피한 수준이었다.
1∼5위 아일랜드(3.613%)·덴마크(1.849%)·튀르키예(1.688%)·중국(1.600%)·포르투갈(1.542%)은 1%를 훌쩍 넘었고, 경제규모가 훨씬 더 큰 미국(0.607%·17위)과 일본(0.556%·20위)도 우리나라보다 성장률이 높았다.
한국의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는 벌써 세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작년 1분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1.3%를 기록할 당시만 해도 중국(1.5%)에 이어 6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2분기(-0.228%) 기저효과 등에 뒷걸음쳐 32위로 추락했고, 3분기(0.1%)에도 뚜렷한 반등에 실패하면서 26위에 그쳤다.
소비·건설투자 등이 살아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12월 계엄과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자 내수는 더 위축됐고, 결국 4분기(0.066%·29위) 역시 0%대 성장률과 30위 안팎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1분기(1∼3월) 성장률도 0%대에 힘겹게 턱걸이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치 불안 속에 대규모 산불 사태까지 겹쳐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아직 영향을 미치기 전인데도 수출 증가세까지 둔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은의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1월 수출액(498억1천만달러)은 1년 전보다 9.1% 줄었다. 작년동월대비 기준으로 2023년 9월(-1.6%) 이후 16개월 만에 첫 감소다.
이에 따라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올해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전망치 0.2% 달성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월까지 데이터를 취합해보면 올해 1분기 한국 성장률은 0.1% 안팎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국내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 경기도 둔화한 만큼 1분기 역성장 가능성까지 있다.
특히 3월 말 산불 피해 역시 1분기 성장률 하방 요인으로 영향을 조금이라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탄핵 결정이 이전 비슷한 사례보다 늦어지면서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는 기간도 길어졌다"며 "(1분기 성장률은) 한은이 전망한 0.2%나 그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