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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계룡산 신흥암 진경스님, 수행 중 붓을 들다

“생각의 일어남과 사라짐이 곧 생사”

 

충남 공주시 계룡면 계룡산 깊은 산자락에 자리한 신흥암(新興庵). 이곳에서 묵묵히 정진을 이어가는 진경스님의 수행 글귀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대중의 마음을 깨우고 있다.

 

스님이 수행 중 직접 붓을 들어 써 내려간 글에는 “諸法空相 不生不滅(제법공상 불생불멸) / 念起念滅 謂之生死(염기염멸 위지생사)” 라는 불교 수행의 핵심 가르침이 담겨 있다.

 

모든 법의 본질은 본래 공(空)하여 태어남도 사라짐도 없지만, 인간은 순간순간 일어나는 ‘생각’을 자기 자신이라 여기고 그 생각이 사라질 때를 죽음이라 착각하며 스스로 생사의 굴레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진경스님은 수행의 맥락 속에서 “모든 법의 본질은 빈 모양이라 생할 것도 멸할 것도 없다. 생각이 일어남을 생이라 하고, 생각이 없어짐을 죽음이라 한다”는 메시지를 글로써 전하고 있다.

 

이 글은 전시나 장식을 위해 쓰인 작품이 아니라, 참선과 정진의 흐름 속에서 마음이 머무는 자리를 그대로 옮긴 수행의 기록이다.

 

그래서 스님의 필체에는 꾸밈이 없고, 거칠면서도 단정한 힘이 서려 있다.

 

붓 끝에서 멈추는 한 획, 한 획마다 ‘나’라는 상(相)을 내려놓고 본래의 빈 자리로 돌아가라는 수행자의 절실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복잡하고 소란한 시대, 진경스님의 글은 설명을 앞세우지 않는다. 다만 글 앞에 선 이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고, 지금 이 순간 깨어 있는가를 묻는다.

 

계룡산의 고요한 기운 속에서 태어난 이 수행 메시지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생각의 일어남과 사라짐에 있음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일깨운다.

 

신흥암에서 이어지는 진경스님의 정진과 친필 수행 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비움으로 향하는 가장 본질적인 길을 묵묵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