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장은영 기자]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카카오 빈) 국제 시세가 2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미국 뉴욕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선물(12월 인도) 가격이 지난 9일 종가 기준 t(톤)당 6천달러 아래로 떨어져 5천94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5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는 t당 2천500달러 안팎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 2023년부터 2년간 상승해 지난해 12월 중순 사상 최고인 1만2천931달러까지 올랐다.
이처럼 코코아 가격이 오른 것은 날씨에 민감한 코코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의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엘니뇨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이 일어나고 병충해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코코아 시세가 수직 상승하자 국내외 제과업체들은 초콜릿이 들어간 과자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다.
최근 카카오 시세가 내려간 것에는 초콜릿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수요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올해 기상 여건이 양호해 작황이 좋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코트디부아르 정부와 가나 정부가 코코아 농부들에게 지급하는 가격을 대폭 인상하면서 수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진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9월 중순 이후 양호한 강우로 이달 수확기 작황 개선 기대감이 고조됐다"며 "여기에 그간 높아진 코코아 가격과 관세가 초콜릿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며 가격 약세가 지속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요 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며 단기적으로 코코아 가격의 약세 시나리오가 우세한 상황이나 이달 코트디부아르 대선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구조적 공급 문제(병충해 등)에 따른 가격 반등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코코아 가격 약세가 지속된다면 롯데웰푸드[280360], 오리온[271560] 등 국내 제과업체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월 빼빼로, 크런키, 가나마일드 등 26종 가격을 인상했다. 8개월 사이 두 차례 가격 인상으로 초코 빼빼로 판매 가격은 2천원으로 300원 올랐다.
오리온은 지난해 말 초코송이와 비쵸비 가격을 각각 20% 올리는 등 13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오리온은 초콜릿 제품 투유 공급도 중단한 상태다.
이들 제과업체는 카카오 가격이 내림세지만 아직 원가 부담이 높아 초콜릿 제품 가격을 당장 내리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가 최고점 대비 하락했지만, 여전히 3년 전의 세 배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들여오는 물량은 아주 높은 가격에서 계약한 것이라 원재료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원가 상승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병충해에 걸린 나무가 많아 이를 제거하고 새로운 묘목을 심어야 하는 데다 기후 리스크(위험)도 여전해 코코아 가격이 몇 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초콜릿 수요가 줄어 카카오 가격이 내려간 측면도 있는데 가격 하락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면서 "크리스마스와 밸런타인데이 시즌이 되면 다시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