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김태균 기자]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관련 점검을 받은 전국 의료기관 중 3분의 1 이상이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4∼6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우려 의료기관 68개소를 점검했다.
이후 처방 사례에 대해 의사, 약사 등 외부 전문가로부터 의학적 타당성 등을 검토받고 23개소를 수사 의뢰했다. 수사 의뢰 대상은 모두 의료기관(의사)이다.
식약처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활용해 처방량 상위 등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우려되는 의료기관을 선별해 점검하고 있다.
약물별로 보면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 기관으로 총 37개소가 점검받았고 이 가운데 40% 이상인 15개소가 수사 의뢰됐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의 경우 의심 기관 23개소 가운데 5곳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어 펜타닐 패치와 항우울·항불안제 성분 디아제팜 오남용과 관련해 각각 2개소, 1개소가 수사를 받게 됐다.
수사 대상이 된 의료기관은 대부분 수도권에 있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내 의심 기관이 52곳이었고 총 17곳이 수사 대상이 됐다.
그 외 대구, 부산, 광주, 대전, 충남, 전북, 경남 등 지역에서 16개소가 의심 기관이었고 이 중 6곳이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식약처는 약물별로 다양한 오남용 우려 사례를 적발했다.
A 의원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작년 한 해 프로포폴 13회를 처방했는데, 체중이나 투여 시간 등 사용 근거 없이 반복적으로 처방하는 등 업무 외 목적(오남용)이 우려돼 수사가 의뢰됐다.
B 의원 의사는 환자에게 202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디아제팜 272 앰풀을 처방했는데, 식약처는 디아제팜 주사를 사용 근거 없이 반복적으로 처방하는 등 오남용이 우려된다고 봤다.
작년 1∼12월 진단 기록 등 기재 없이 환자에게 메틸페니데이트 2천352정을 처방한 C 의원과 과량 사용 근거 없이 반복적으로 펜타닐 패치 186매를 처방한 D 의원도 각각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한지아 의원은 "중독성과 의존성이 높은 마약류 전문의약품은 엄격히 제한된 목적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일부 의사가 목적 외 처방을 하는 것은 심각한 직업윤리 위반이자 의료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처럼 선별 점검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실시간 처방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처방 시 경고·알람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반복 위반 기관에는 즉각 현장 점검에 나가는 등 기술과 제도 보완을 통해 의료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