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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국립청주박물관, 야마나시현립박물관과 '후지산에 오르다' 전시

'중요문화재' 조몬 토기 13점·다케다 신겐 초상 등 한자리에

[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커다란 파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하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하얗게 부서질 듯 위태로운 모습이다.

 

거센 물길을 헤치고 갈 수 있을까. 나무배를 탄 사람들은 열심히 노를 저을 뿐이다.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 너머로는 눈 덮인 후지(富士)산이 보인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이 파도,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1760∼1849)가 목판화로 담아낸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神奈川沖浪裏)다.

 

일본은 물론, 바다 건너 유럽으로 전해져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클로드 드뷔시(1862∼1918) 등 예술가에게 깊은 영감을 준 이 작품이 청주에서 공개된다.

 

국립청주박물관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야마나시현립박물관과 함께 4일부터 선보이는 특별전 '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山梨)'를 통해서다.

 

박물관 측은 "이달 14일까지 서양 미술에 열풍을 불러일으킨 일본 미술의 상징적 걸작인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진품을 특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2008년부터 인연을 맺어온 두 박물관의 교류전이다.

 

올해는 일본의 '보물' 격인 중요문화재 13점, 야마나시현 지정문화재 6점을 비롯해 야마나시현립박물관을 대표하는 문화유산 100여 점을 청주에서 소개한다.

 

전시는 후지산의 고장, 야마나시를 조명하며 시작된다.

 

야쓰가타케(八ヶ岳) 산기슭에서 출토된 조몬 토기 13점과 각기 다른 형상의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 조각)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조몬 토기는 일본의 신석기 시대를 일컫는 '조몬'(繩紋) 시대에 주로 만들어진 토기로, 표면의 새끼줄무늬가 특징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토기 13점 모두 일본 중요문화재다.

 

야마나시를 대표하는 인물인 다케다 신겐(武田信玄·1521∼1473)도 만날 수 있다.

 

16세기 일본 전국시대에 이름난 무장이었던 그는 '가이의 호랑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다케다 신겐의 초상화, 그가 쓴 편지 등이 전시장에 나온다.

 

이와 함께 야마나시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금동보살상, 경전을 담은 통, 다케다 가문의 갑옷, 고슈 금화 등도 관람객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전시에서는 호쿠사이의 명작 후가쿠(후지) 36경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달 4∼14일에는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가 공개되며, 30일∼10월 12일에는 '청명한 바람과 붉게 빛나는 후지'(凱風快晴)가 관람객과 만난다.

 

에도시대(1603∼1867)에 유행한 풍속화로, 주로 목판화 형태로 제작된 우키요에(浮世畵) 작품도 소개된다. 풍경화, 산수화 등을 볼 수 있다.

 

한국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아사카와 형제(淺川)를 조명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아사카와 노리타카(淺川伯敎·1884∼1964)·다쿠미(淺川巧,·1891∼1931) 형제는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건너와 도자기 공예 연구와 보존, 식목사업에 헌신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시의 특별 코너로 꾸며진 공간에서는 아사카와 다쿠미가 쓴 '조선의 소반' 책과 그의 초상화, 형제가 수집한 도자기, 공예품 등이 소개된다.

 

이양수 국립청주박물관장은 "문화적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이며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상징적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8일까지 열린다.

 

2027년에는 청주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문화유산을 야마나시현립박물관에서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