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역 체육계 인사들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이 도지사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자 도청 안팎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김 지사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그가 대형 악재를 마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1일 오전 9시 35분께 도청에 수사관 9명을 보내 도지사 집무실과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지사는 지난 6월 26일 오전 집무실에서 윤현우 충북체육회장으로부터 현금 5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경찰은 윤현우 회장이 윤두영 충북배구협회장과 250만원씩 모은 뒤 봉투에 넣어 김 지사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고자 도청 내 차량 출입 기록과 지사실 입구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는데,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에 처한 도청 공무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공무원은 "도지사 집무실이 압수수색 당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면서 "더욱이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이 곳곳에서 나돌아 직원들 모두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간부 공무원은 "대형 국제행사를 두 개(영동세계국악엑스포·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나 앞둔 상황에서 도지사 관련 의혹이 경찰 수사로 번졌는데 괜찮을 수 있겠느냐"며 "빨리 사건이 마무리돼 뒤숭숭한 분위기가 정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으며, 이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백하게 밝혀질 것"이라면서 "더불어 도정의 핵심 현안 사업들을 위해 확인되지 않는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달라"고도 했다.
지역 정·관가는 이번 경찰 수사가 김 지사의 재선 가도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김 지사와 그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윤현우 회장, 윤두영 회장은 모두 괴산군 청천면 출신의 동향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지사와 윤현우 회장은 청천중학교 동문으로 도지사 취임 초부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후문이다.
김 지사가 돈봉투를 받은 날로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6월 26일은 그가 도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고, 돔구장 건설에 대한 벤치마킹을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방문길에 오른 날이어서 세간의 의심을 키우고 있다.
윤현우 회장은 유력 건설업체를, 윤두영 회장은 김치 관련 식품회사를 각각 운영하고 있는데다 충북도와 많은 협업을 진행하는 체육단체장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김 지사로서는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발걸음이 무거워지게 됐다.
지역정가의 인사는 "김 지사는 취임 초부터 최근까지 친일파 발언, 제천 산불 당시 술자리 논란, 오송참사 책임론, 지역업체와의 금전거래 등 구설이 잦았지만, 이번 사건은 역대급 파장이 예상된다"며 "당장 수사 진행 상황과 결과에 따라 재선 도전도 불투명해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 "김 지사의 돈봉투 수수 의혹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도정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며 "경찰은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