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장은영 기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과일 숙성 호르몬인 '에틸렌' 농도를 감지해 농산물 폐기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 생산량의 14%가 수확 이후부터 유통 과정에서 손실되며, 폐기 후 매립되는 음식물은 온실가스 배출의 원인이 된다.
생기원 정영규 수석연구원 연구팀은 장시간 사용해도 정밀 측정이 가능한 에틸렌 감지 센서를 개발했다.
에틸렌은 식물이 생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숙성·노화 촉진 호르몬으로, 농도가 0.1ppm 이상 올라가면 품질이 저하된다.
기존 전기화학식·가스크로마토그래피(GC) 방식의 에틸렌 센서는 부피가 크고 가격이 비싸 농가에 널리 보급하기 어렵고, 반도체식 센서도 고온에서 작동해 장시간 사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아연산화물(ZnO) 센서 소재 표면에 니켈(Ni) 나노입자를 균일하게 '용출'하는 기술을 적용해 센서를 개발했다.
용출이란 금속산화물 내부에 있던 특정 금속 원소를 밖으로 끌어내 표면에 나노입자를 만드는 기술이다.
용출된 니켈 나노입자는 아연산화물 센서에 고르게 분포돼 에틸렌 감지 정밀도를 높이는 촉매 역할을 한다.
덕분에 식품 부패 시 발생하는 암모니아, 황화수소, 트리메틸아민 등 다른 방해 가스의 간섭 없이 에틸렌만 선택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또 니켈 나노입자가 센서 표면에 강하게 고정돼 있어 고온 동작 환경에서도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30일간의 장기간 테스트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1ppm 미만의 초저농도 에틸렌까지 감지해 냈다.
정영규 수석연구원은 "에틸렌 가스를 장기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반도체식 센서를 개발했다"며 "제작비용도 저렴해 실제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기원은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으로 에틸렌 센서를 과실 저장 물류창고에 활용하기 위한 실용화 연구를 추진한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머티리얼즈 케미스트리 A'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이달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