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2014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충북도교육청에서 감사관으로 일한 A씨는 '원칙주의 감사'로 유명했다.
출장 목적이 아닌데도 교육감이 도교육청 산하의 수련시설을 무료로 이용한 점을 파악해 자신을 임용한 교육감에게 '주의' 처분하고 미미한 액수지만 이용료를 환급토록 했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서울의 모 구청에서 감사관으로 일하다가 공모를 통해 충북교육청과 인연을 맺은 A씨는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공무원은 더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된다며 감사 과정이나 처분심의에서 타협이나 관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강도 높은 감사에 따른 교육현장의 비위 및 지적사항이 외부에 알려지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불리하다는 등의 반발도 샀지만, 부패 요인을 하나씩 제거해야 공직사회에 청렴의 옷을 입힐 수 있다고 역설했다.
중앙행정기관과 교육청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는 2010년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감사관을 공모(개방형 직위)를 통해 뽑는다.
감사업무의 객관성·독립성을 확보하고, 폐쇄적인 공직사회를 개선하려는 것이 법 제정 취지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공모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으나 인사 문제 등을 고려, '외부 전문가'보다는 '내부 직원'을 감사관으로 발탁하는 추세여서 개방형 직위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교육청은 A씨가 임기를 수개월 앞두고 하차한 이후 감사관 직무대리를 거쳐 안병대 부이사관이 공모에서 선발돼 감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충북도는 2011년 개방형 감사관 제도를 도입한 이후 8명이 감사관 발령을 받았는데 이 중 외부 인사는 2018년 연말에 임용된 행정안전부 출신의 임양기씨가 유일하다. 현 김주회(부이사관) 감사관 등 최근 2회 연속 소속 공무원이 감사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청주시는 최근 이재천 사무관을 감사관으로 임명했다.
신임 감사관 공모에는 총 8명이 지원했는데 이 사무관을 제외하고 모두 외부 인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감사법상 감사, 법무, 예산, 회계, 기획 등 업무를 3년 이상 봤던 5급 이상의 내부 공무원도 감사관으로 임용할 수는 있다.
단체장 상당수는 인사 적체 해소와 함께 지시 등 관리의 용이성 측면에서 '내부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개방형 감사관직이 내부의 전유물이 되면 상명하복의공직 문화에서 감사의 독립성이 보장되기 쉽지 않고, 부정행위나 비위 발생 시 사안 축소 등 '내 식구 감싸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24일 "무조건 자격을 갖춘 외부 인사를 뽑아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내부 직원이 감사관을 맡으면 오랜 기간 알고 지낸 동료들에게 관용을 베풀 가능성이 커진다"며 "감사관은 외부와 단절된 독립성이 지켜져야 하는데 또 하나의 승진 자리로 변질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칼끝이 무뎌지는 감사는 결국 지자체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개방형 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