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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찬찬히 둘러보면 더 흥미로운 유물의 매력

평범한 전시는 그만…구멍 뚫린 뒷모습 공개하고 향 더한 박물관

[문화투데이 김용정 기자] 뭉툭한 입에 큰 코, 나뭇가지 형태의 뿔….

    
죽은 이의 영혼을 태워 신선 세계로 인도한다는 진묘수 뒤로 밤하늘이 펼쳐졌다. 무덤 주인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기까지 27개월, 정확히는 829일간 이어진 밤이었다. 

    
진묘수가 지키는 주인은 '사마'(斯摩), 즉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이었다.

    
최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만난 국보 '무령왕릉 석수'는 유물 뒤로 보이는 영상과 조명, 바닥의 그림자가 어우러져 한층 신비한 빛을 내고 있었다. 

    
김미경 학예연구사는 "당시 사람들이 진묘수를 죽은 왕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승선(昇仙) 도구로 여겼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영상을 함께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흔히 박물관을 떠올리면 유리 진열장 너머에 가만히 놓여있는 유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에는 이처럼 색다른 연출로 유물의 매력을 끌어올린 경우가 많아 관심을 끈다. 

    
주변에 충분한 공간을 둬 유물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약 439㎡(약 133평) 규모 공간에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만을 둔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이 화제가 되자 이런 '나 홀로' 전시는 유행이 된 분위기다. 

    


그중에서도 국립경주박물관의 불교조각실은 유물의 속살까지 공개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12월 새로 선보인 불교조각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3부 전시 '약사여래의 정토'는 국보 '경주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 1구만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은은한 불빛 아래 서 있는 불상은 양어깨를 감싸고 입은 옷이 흘러내리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앞과 달리 뒷면에는 커다란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다. 박물관에 따르면 정수리와 머리, 등 뒤에 있는 구멍은 불상을 만들 때 쓴 흙을 제거하기 위한 통로다.

    


기존 전시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의도적으로 정면이 아닌 모습을 연출한 사례도 있다.

    
국립청주박물관 야외 석조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석조각이 그 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석조물 210점은 다양한 모습으로 정원을 꾸미고 있는데, 높이가 1m가 채 되지 않는 한 석인상은 작은 연못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 조각의 옆면, 혹은 뒷면을 볼 수 있는 구도다.

    
석조물 전시 기획을 담당한 전효수 학예연구사는 올해 7월 언론 공개회에서 "각 석조물을 어디에, 어떻게 뒀을 때 가장 잘 어울릴지 고민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에는 청각이나 후각을 활용한 전시도 주목받고 있다.

    
국립부여박물관이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30주년을 맞아 선보인 특별전 '백제 금동대향로 3.0 - 향을 사르다'는 향로의 핵심 기능인 향(香)에 주목한 전시다. 

    
관람객들은 전시를 보면서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고대 향 문화와 향로 유물을 따라 전시실을 걷다 보면 침향, 유향, 백단향 등 다양한 향을 직접 맡아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만난다.

    


신나현 학예연구사는 "백제 금동대향로의 향을 구현하고자 향기 작가와 함께 백제의 향을 재해석해 '센테리어'(scenterior·향을 뜻하는 'scent'와 인테리어의 'interior'를 합친 말) 공간으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측은 전시실 입구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백제 금동대향로 향을 분무 중입니다. 향에 민감하신 분들은 관람에 유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고 적힌 안내판을 준비하기도 했다.

    
국립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기존 전시가 유리 진열장 너머로 보이는 모습에만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연출로 유물을 입체적으로, 또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