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꼬릿꼬릿하면서도 쿰쿰한 향이 진동한다.
전 세계에서 벨기에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람빅'(Lambic) 맥주 특유의 향이다.
1900년에 문을 연 뒤 5대에 걸쳐 가족경영을 이어온 칸티용은 현재 브뤼셀 안에서 전통 람빅 양조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유일한 양조장이다.
과거엔 람빅 맥주는 그 종류만 해도 100여 개에 달했을 정도로 '주류'였지만, 맥주 대량 생산이 본격 시작되고 톡 쏘고 단맛이 나는 탄산음료가 보급되면서 소규모 람빅 양조장이 대부분 줄폐업했다.
시판 맥주는 발효 시 흔히 '이스트'라고 불리는 대량생산에 용이하도록 정제된 인공 효모를 첨가하고, 철저히 폐쇄된 환경에서 생산된다.
반면 람빅 맥주는 발효조에서 하룻밤 대기 중 노출하는 게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공기 중 떠도는 미생물, 즉 '야생 효모'가 내려앉으면서 1차적으로 자연 발효가 이뤄진다.
특히 맥주 발효에 적합한 야생효모만 맥아즙에 붙으려면 밤사이 기온이 0도 가까이 유지돼야 한다고 한다. 늦은 봄, 여름철에는 밤에도 기온이 높아 불필요한 유기체가 같이 섞일 수 있어 생산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하룻밤 식힌 람빅 원액은 오크나무통에 나눠 담아 짧게는 1년에서 최대 3년가량 와인처럼 숙성 과정을 거친다.
최종 판매되는 람빅 맥주는 보통 1년산 원액에 2∼3년 된 원액을 블렌딩해 병입한 제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과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으로, 연간 생산량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칸티용 양조장은 현재 연간 2천500헥토리터(1헥토리터=100ℓ)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블렌딩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어 일반화는 어렵지만, 750㎖짜리 병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33만3천 병 정도다.
생산량의 60%는 수출되는데, 그 양이 워낙 극소량이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다. 가령 미국에서는 최종 판매 가격이 5배까지 뛰기도 한다.
희소성에 람빅을 경험하려는 맥주 애호가들이 벨기에를 직접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칸티용 양조장만 해도 람빅 맥주 양조 과정을 보거나 구매하기 위해 많게는 연간 5만 명이 찾는 관광 코스 중 하나다.
생산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양조장 4세대 격인 줄리 판로이 씨는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때는 10월 초부터 5월까지 양조했던 게, 지금은 11월이 지나서야 시작해 3∼4월이면 끝내야 한다"며 기후변화가 피부로 와닿는다고 했다.
연간 생산 가능한 기간이 7개월에서 짧게는 4개월까지 단축된 것이다.
그는 그런데도 "우리에게 중요한 건 오랜 세월 지켜온 전통 방식을 계속 지키는 것"이라며 "아무런 변화도 주고 싶지 않다. 어느 것 하나라도 바꾼다면 그건 더는 전통적인 람빅 맥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