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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사찰탐방 인터뷰] ② 조계산 선암사 '호서제일선원' 선원장 상명스님

일찍이 백양사로 출가 후 60여년을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해 온 상명스님

이판(理判)을 본분종사(本分宗師) 삼아 선암사 호서제일선원 선원장으로 소임 중

불교가 인도에서 생긴 이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출가하여 무소유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싯다르타 고오타마가 걸었던 길을 걷는 것이다. 그것은 단 하나만의 이유로 세상의 모든 부귀도 영화도 다 버리고 오로지 한 가지 목적을 향하여 끝없는 정진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쉬라마나’라고 불렀다. 유행승(遊行僧)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진리를 찾아 떠도는 구도자(求道者)이다. 세속적 관점에서 본다면 삶을 너무나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치부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분들이 있기에 인류의 정신사는 발전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만을 타기 위하여 생존경쟁을 벌인다면 이 세상은 살벌한 이전투구의 싸움판이 되고야 말 것이다. 
 

인도 불교는 중국에 전해지면서 중국문화와 사상과 대충돌을 겪는다. 서로 용해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신불교가 나타나는데, 이른바 선종불교(禪宗佛敎)가 그렇다.           

 

당송(唐宋) 시대부터 형성되어 송나라 때 절정을 이루었고, 이런 선종불교의 전통과 법맥(法脈)이 해동(海東)에 전해져서 오늘날 한국불교의 주류가 되었다. 흔히들 한국불교를 선교밀정(禪敎密淨)의 통불교(通佛敎)라고들 말한다.

 

그렇지만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인 조계종은 선종(禪宗)의 맥을 계승해 가고 있으며, 선수행(禪修行)을 꾸준하게 진행해 가고 있다. 제2종단격인 태고종의 총본산 선암사도 예외 없이 선풍(禪風)을 진작하고 있다. 한국불교는 1950년대 불교정화운동으로 인하여 승단이 분열하는 아픔을 겪었고, 선암사는 아직도 그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선암사는 한국불교의 전통과 선종불교의 맥을 그대로 계승해 가고 있으며, 총림으로서의 체통을 지키고 있다. 
 

태고종 종정과 총림 방장으로 계셨던 혜초 대종사가 열반에 든 다음에는 선원장 상명선사가 참선 납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상명선사는 일찍이 백양사로 출가하여 영축산 통도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60여년을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해 오고 있다. 한때는 도심에서도 전법포교를 해왔지만 30여 년 전부터서는 조계산 선암사에 걸망을 풀고 이판(理判)을 본분종사(本分宗師)로 삼아 선암사 호서제일선원 선원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상명선사는 요즘 건강이 좀 좋지 않아서 병원엘 자주 가고 있다고 했다. 앉아서 정진만 하다 보니 몸체가 균형을 잃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선문에서는 노인불수(老人不修)라고 해서 나이가 50세만 넘어도 선방에서 젊은 수좌들과 함께 정진하는 것을 경계해 왔다.

 

한국 불교에서는 1년에 두 차례 하안거(夏安居)와 동안거를 시행하는데, 2월 15일은 동안거 해제일이다. 
 

세계불교에서 한국불교는 독특한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정법은 변함이 없지만 시대와 중생에 따라서 전법포교방법은 달라지는 것이다. 금덩어리의 본성은 그대로일지라도 모양은 용도에 따라서 바뀌는 것이다.

 

체(體)는 그대로이지만, 상(相)은 달라지고 용(用)은 시대에 맞게 적응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전법심인(傳法心印)은 3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래세가 다하도록 그대로이지만, 불교나 승려의 모습과 작용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다. 이런 도리를 모르게 되면 불교는 오히려 침체하게 되고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는 종교가 되어 버리고 만다. 
 

선방에서 화두를 들고 정진하는 것은 불교의 근본을 지키려는 본분종사(本分宗師)의 소임이다. 그렇지만 행정이나 포교를 담당하는 사판(事判) 승려들은 세속의 일에도 밝아야 한다.

 

그래도 이판스님들도 마음 놓고 정진할 수가 있다. 또한 이판스님들이 정진 잘 하도록 외호하는 일도 사판스님들에게는 하나의 중요한 의무이다. 이런 승가의 균형이 깨어지면 서로가 힘들어진다. 상명선사는 춘삼월 선암매(仙巖梅)가 피어날 때 쯤 만나서 또 도화(道話)를 나누자고 약속하면서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