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만도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반대 결정을 시작으로 주주총회 시즌 실력행사에 돌입하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일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열고 이날 열리는 만도 주주총회에서 신 대표이사의 선임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키로 했다. 만도는 한라그룹 계열의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다.
지난달 28일 부적격 이사 선임 반대조항을 강화하는 것으로 의결권 행사지침을 바꾼데 이은 첫 실력행사다. 현재 국민연금은 만도의 지분 13.4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위원회는 "유상증자 의사 결정 당시 대표이사였던 인물의 재선임에 반대한다"며 "횡령과 배임 등에 대한 법원의 판결없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를 인정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에 따라 3월 들어 잇따라 열릴 기업들의 주총에서 최대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SK, CJ, 효성 등 횡령과 배임 이슈에 얽혀 있는 그룹 총수들이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국민연금 기준대로라면 이들은 모두 자격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법률상 결격 사유가 있는 자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 수행이 어려운 자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 등에 대해 이사 선임을 반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지막 조항은 객관적 판단이 어려워 지금까지 주로 횡령, 배임 등 명백한 범죄 사실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해 왔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와 관련,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은 오는 21일 예정된 효성 주총이다. 효성은 이날 주총에서 조석래 효성 회장,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전략본부장 겸 섬유·정보통신 PG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을 재선임한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조석래 회장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현재 재판중인 인사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하라는 성문 지침은 없지만 주주가치를 훼손한 이력 등을 근거로 국민연금이 재량으로 판단할 사안인데 분위기상 '선임 반대'가 유력시 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CJ와 롯데케미칼 주총에서 각각 이재현, 신동빈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겸임 과다’를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에 대해 "경영상 판단에 따른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도 국민연금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질 수 있어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는 총 137개로 이 중 45개사는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10대 그룹 계열사만 해도 50여개 이상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손으로 운용 규모는 현재 약 424조원이며 이 중 약 84조5000억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그룹에서 총 14개 계열사에서 5% 이상 보유한 주요주주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국민연금이 주식 7.43%를 가지고 있다. 포스코, KT, KB금융지주의 경우는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