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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통령도 라면값 언급…식품업계 '도미노 인상' 멈출까

전체 소비자물가 1.9% 오를 때 라면 6.2% 상승
농식품부 "가공식품 등 물가 안정대책 준비 중"

 

[문화투데이 장은영·구재숙 기자]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그러더라고요. 라면 한 개에 2천원(도) 한다는데 진짜예요?"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던진 물음이다.

 

대통령이 라면 가격까지 직접 언급하면서 물가 대책을 주문한 것은 계엄사태 이후 6개월간 가공식품 물가가 뜀박질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하락과 채솟값 안정 덕분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작년 동월 대비)은 5개월 만에 1%대로 낮아졌지만, 가공식품 물가는 두 달째 4%대에서 고공 행진했다.

 

라면의 경우 1년 전보다 6.2%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9%)의 세 배 이상이었으며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4.1%)보다도 높았다.

 

농심과 오뚜기, 팔도가 앞다퉈 100∼200원씩 가격을 올리면서 이제 2천원 안팎의 제품도 많아졌다.

 

농심은 컵라면 중 신라면툼바, 신라면블랙, 신라면건면, 짜파게티더블랙, 너구리 큰사발 등의 편의점 가격이 1천800원이다. 신라면블랙 봉지라면은 1천900원이다.

 

오뚜기 제품 중에선 2천원짜리 컵라면이 진짬뽕, 열치즈라면, 짜슐랭, 보들보들치즈볶음면 등 10종에 가깝다.

 

라면 값만 오른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정국 혼란기 6개월간 식품·외식기업 60여곳이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73개 품목 가운데 계엄사태 직전인 지난해 11월 대비 물가지수가 상승한 품목은 52개로 10개 중 7개꼴이다.

 

6개월간 5% 이상 오른 품목은 19개에 이른다. 초콜릿은 10.4% 치솟았고 커피는 8.2% 상승했다. 빵과 잼, 햄·베이컨은 각각 6%가량 올랐다.

 

기업들은 원부자재와 인건비 등이 오른 데다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수입 단가가 높아졌다는 이유를 들어 가격을 올렸다. 계엄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50원 넘는 수준으로 급등(원화 가치 급락)한 것은 가격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업의 가격 인상을 자제시켜왔는데 그동안 억눌러왔던 것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 등 원가 상승 부담 요인이 있었지만, 기업들이 소비자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기보다 혼란기를 틈타 가격 인상을 앞당기거나 인상 폭을 키운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가격을 올린) 대부분 업체에서 지난해 매출원가 증감률이 매출액 증가율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이는 원가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요 국제 곡물인 밀과 대두 등의 가격이 최근까지도 하락세였는데도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일부 업체가 가격을 인상한 점도 가격 인상 타당성에 의문을 들게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밀가루 가격은 올해 1분기 기준 작년 대비 1.2% 상승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식품업계는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긴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2023년 6월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 밀 가격이 내려갔다며 라면값 인하를 사실상 압박했고 이후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가 라면 가격을 내렸다.

 

농심 등은 2022년 하반기에 라면 가격을 올렸다가 1년도 지나지 않아 가격을 다시 내렸다.

 

많은 기업은 정부의 물가 관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당분간 가격을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최근 제품 가격을 올린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최소한으로 인상했다"면서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추후 인상은 정부와 충분한 소통, 소비자 공감대 없이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품기업들은 앞으로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할 때 원재료 수급과 관련한 과정을 정교하게 재점검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공식품 등 물가 안정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식품기업의 도미노 인상이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세계식량가격이 하락했으며 환율도 내렸기 때문에 가공식품 가격은 더 오르지 않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농식품부는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품기업과 협의를 통해 인상 품목과 인상률, 인상 시기 등을 조정해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금의 물가 상승은 원가가 높아졌기 때문인데, 기업은 생산성을 향상해 원가를 낮출 수 있겠지만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지 않다"면서 "정부는 재료 수입 단가와 에너지 비용 등을 낮추는 방법 등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