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에 다녀와서
겨울 산의 운치는 태백산이나 한라산의 설경만을 떠올리시겠지만,
야트막한 산들이 간직한 고즈넉한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으며 그 산들이 품고 있는 기운이 우리의 일상에 더 많은 생기를 넣어주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에는 동네산인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을 한 바퀴 돌고 왔는데, 해발222m의 정족산 능선 약 3km를 쌓은 산성이라 만만하겠구나 하시겠지만 굽이굽이 세 봉우리의 높낮이가 가파르게 차이가 있어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하는 산이며 산의 정기가 내 몸에 스며듦을 느끼게 하는 영산(靈山)입니다.
삼랑성은 농촌의 작은 산성인 듯 해도 1.700여 년 유서깊은 전등사를 품고 있으며 고려의 임시 궁궐터,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정족산사고지, 조선왕실의 족보를 보관하던 선원보각, 병인양요 승전비 등 수많은 보물과 문화재가 선조들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며 단군의 세 아들 부소, 부우, 부여의 이름을 알린 산성이며, 쓰라린 수많은 역사의 비극을 묵묵히 견디어온 현장입니다.
정상에 올라서니 사방으로 드넓은 들판과 멀리 영종도까지 한눈에 들어와 가슴을 한껏 열어제치는데, 문득 푸른 하늘에 비치는 나 자신을 들여다 보니 그동안 잘 살아준 내가 고마워 지난날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았는데,
부족함도 많았지만 가족들이 건강하고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다 보내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들과 부족한 글 늘 읽어주시며 격려해주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평화를 빕니다.
구자권 작가는....
1947년 7월 28일 生
2019년 수필집 『풀잎처럼 사랑처럼』 『손자와 첫날밤을』 出刊
2020년 계간 《문학과의식》 신인문학상 수필부문 수상
2020년 『베드로의 산사탐방』 出刊
『손자와 첫날밤을』 出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