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 등이 날리는 계절에 유행하는 질환 중 하나가 '부비동염'(축농증)이다. 부비동염은 코의 부속기관인 부비동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을 말한다.
부비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콧물을 만들어 코를 통해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다. 콧물의 양은 일반 성인을 기준으로 하루 1천㏄ 이상에 달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든 콧물이 빠져나가는 부분이 좁아지거나 알레르기질환으로 부어 있으면 분비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고여 염증과 고름을 유발하게 된다.
그래서 흔히 부비동염을 고름(농)이 축적되는 병이라는 뜻의 '축농증'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런 부비동염의 가장 원인은 감기다. 물론 코의 해부학적 구조나 음주, 흡연, 알레르기 등과 같은 생활 습관과도 연관이 있지만,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은 감기를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게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감기에 걸렸을 때는 부비동염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인 하나이비인후과 정도광 원장은 "부비동염은 감기로 오인하기 쉬워 방치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만약 감기 증상 이후 콧물이나 기침이 3주 이상 계속된다면 부비동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 검사받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보통 감기에 걸리면 콧물과 기침, 가래는 물론 열과 몸살 기운을 동반한다. 반면 부비동염은 코막힘, 후비루(누런 코와 가래가 목뒤로 넘어가는 증상), 압박감, 안면 통증 증상을 보이면서 대체로 열이나 몸살 기운을 동반하지 않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또한 감기는 처방된 약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회복되지만, 부비동염은 그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감기에 걸린 이후 콧물이나 기침 증상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부비동염은 비염과도 혼동할 수 있지만 다른 질환이다. 비염은 알레르기나 외부 자극 물질, 점막 내 자율신경계 이상 등에 의해 나타나는 점막 충혈, 맑은 콧물, 재채기, 가려움 등이 주된 증상이다.
사실 부비동염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치명적인 병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환자들도 많다.
하지만 평상시 코막힘과 콧물은 물론 후비루와 기침을 동반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코를 훌쩍거리거나 수시로 코를 푸는 등의 문제로 대인관계에 불편을 주기도 한다.
드물지만 장기간 방치할 경우 눈 부위 농양, 안구 봉와직염, 뇌수막염, 뇌농양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부비동은 소아에게 발생이 많은 편이다. 부비동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소아의 경우 코와 부비동이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돼 있어 감기에 의한 염증이 쉽게 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통계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부비동염 환자 수는 393만6천499명으로, 이 중 9세 이하 소아가 32.5%(121만5천861명)를 차지했다.
부비동염은 보통 증상 지속 기간이 4주 미만이면 급성, 12주 이상이면 만성으로 각각 진단한다.
또한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주머니처럼 생긴 부비동의 밑 부분에만 수평으로 고름이 고여있다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이와 달리 윗부분까지 고름의 흔적이 보인다면 만성으로 판단한다.
부비동염은 약물치료가 원칙이다. 일차적으로 항생제와 혈관수축제를 쓰고, 원인과 증상에 따라 거담제,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경구 및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병행해서 사용한다.
정도광 원장은 "부비동염 환자의 90% 이상이 약물치료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된다"면서 "특히 급성인 경우는 눈이나 뇌에 합병증이 온 경우가 아니라면 약물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만성 부비동염의 경우 해부학적인 구조 이상이나 물혹과 같은 합병증이 온 경우에는 내시경 검사, CT 검사를 거쳐 수술하기도 한다.
수술은 스텐트를 넣어 콧물이 넘어가는 구간을 풍선처럼 부풀리는 풍선확장술과, 콧물이 빠져나가는 길목을 열어줘 고름이 되는 자체를 막는 내시경 치료가 대표적이다.
내시경 수술은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로 진행하고 콧속에서 녹는 솜을 사용하기 때문에, 잇몸 일부를 절개하고 고름을 제거해야 했던 기존 수술법보다 통증과 불편함이 적은 게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부비동염 예방을 위해 평소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생활 수칙으로는 손 씻기가 꼽힌다.
정도광 원장은 "손 씻기는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실제로 손만 잘 씻어도 60% 이상의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증상이 가볍더라도 이미 부비동염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금주와 금연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집에서 간단한 치료를 원한다면 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죽염을 이용한 코 세척은 잘못된 상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나이비인후과 이상덕 원장은 "식염수의 염도는 우리 몸의 체성분 농도와 같은 0.9%로 죽염과 잘못 혼용해 농도가 달라지면 몸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섞는 과정에서 세균에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면서 "만약 자가 코 세척을 한다면 가까운 약국에서 농도 0.9% 생리식염수를 구입해 전자레인지로 체온에 맞는 36도까지 데워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부비동염은 재발 위험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체질적으로 점막에 염증이 잘 생기거나 천식이나 알레르기 등의 만성질환이 있어 점막이 잘 붓는 경우에는 시술이나 수술로 콧물이 넘어오는 부분을 넓힌다고 해도 금방 다시 좁아지고 분비물이 차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이후에도 만성질환을 꾸준히 관리하고, 기관지 관련 증상이 생길 경우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물속에서 호흡하는 수영 등도 부비동염 환자에게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하지 않는 게 좋다.
실내 공기가 건조하지 않도록 30~40%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습도 유지를 위해 가습기를 활용하거나, 미지근한 물을 하루 2~3잔 이상 마셔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