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가 9월 3일 실시 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 후보등록은 8월 13일에 마감한 결과, 전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전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전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이 후보등록을 마쳤다.
현재 3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8월 19일 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자격 심사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전개될 예정이며 후보 순위 추첨결과, 기호 1번 경우 스님, 기호 2번 정념 스님, 기호 3번 진우 스님으로 결정됐다.
승가공동체의 본래 정신에 따른 총무원장 선출제도의 개선을 위한 제언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이제 조계 종단의 선거제도와 지도자 선출 방식에 대하여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무원장 선거는 종헌·종법에 따라 재임 중인 중앙종회의원과 각 교구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제38대 총무원장 선거 역시 각 교구종회에서 선출하는 10인의 선거인단과 재임 중인 중앙종회의원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공고되어 있다.
그러나 승가공동체의 본래 정신에서 바라보면, 총무원장과 같은 종단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은 단순한 정치적 대표자 선출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승가공동체가 어떠한 정신과 원리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1. 승가공동체의 근본은 건도와 갈마의 정신에 있다
불교 율장에서 건도(犍度)는 승가의 생활과 제도, 의례와 공동체 운영에 관한 여러 규범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갈마(羯磨)는 이러한 규범을 실제 승가공동체 안에서 시행하고 공동의 의사를 결정하는 공식적인 절차이다.
갈마의 핵심은 특정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 의사에 의하여 승가의 중요한 일이 결정되는 데 있지 않다. 승가의 구성원이 함께 모여 안건을 공개하고, 대중의 의견을 확인하며, 이견이 없는지를 살피고, 공의를 통하여 결정을 성립시키는 것이 갈마의 기본 정신이다. 따라서 승가의 지도자를 세우는 일 역시 가능한 한 대중의 공의(公議), 합의(合議), 화합(和合)이라는 승가공동체의 원리에 부합해야 한다.
갈마의 정신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다수결 자체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승가의 지도자 선출도 세속적인 정치선거처럼 승자와 패자를 만드는 경쟁의 방식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2. 현대 민주주의와 승가공동체의 정신은 서로 배치되지 않는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핵심 역시 국민 또는 공동체 구성원이 자신들의 대표자를 선택하는 데 있다. 참여, 대표성, 공개성, 공정성, 투명성은 현대 민주사회의 중요한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은 승가의 전통적 공의정신과 반드시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율장의 갈마 정신을 현대적으로 구현한다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승가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종단의 대표자를 선택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물론 승가공동체는 일반적인 세속사회와 동일한 조직이 아니므로 무조건적인 보통선거를 그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수행과 계율을 중심으로 하는 승가의 특성을 고려하여 일정한 승납, 법계, 계율 준수, 종단 활동 등의 합리적인 자격 기준을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자격을 갖춘 구성원이라면 특정한 종회의원이나 일부 선거인단에게만 선거권을 위임하기보다는, 가능한 많은 구성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직선제를 마련하는 것이 승가공동체의 공의정신과 현대 민주주의의 참여 원칙을 함께 살리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3. 총무원장은 일부 대표자의 대표자가 아니라 전체 승가의 대표자이다
총무원장은 종단의 행정을 책임지는 중요한 소임자이지만, 그 이전에 대한불교조계종 승가공동체를 대표하는 상징적이고 공적인 지도자이다.
그렇다면 그를 선출하는 권한 역시 특정한 소수의 선거인에게만 집중되기보다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전체 구성원에게 폭넓게 열려 있어야 한다. 중앙종회의원과 교구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는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제도적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고 종단 구성원의 의식과 사회의 민주적 요구가 높아진 오늘날에는 대표자를 다시 대표자가 선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공의 형성으로 나아갈 필요성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종단에서도 총무원장 선거제도에 대하여 현행제도 유지, 선거인단 축소, 일정 승납 이상의 스님들이 참여하는 직선제 등 여러 개선안이 논의된 바 있다.
4. 궁극적인 방향은 '경쟁적 선거'보다 '합의에 의한 추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승가공동체의 궁극적인 이상은 정치적 경쟁을 통한 승패의 결정이 아니라 화합과 공의에 의한 추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총무원장 선출제도의 장기적인 방향은 간접선거 → 직선제 → 공의에 의한 추대라는 단계적 발전을 검토할 수 있다. 직선제가 반드시 최종적인 목표일 필요는 없다.
직선제는 구성원의 직접적인 의사를 확인하는 가장 민주적인 제도 가운데 하나이지만, 승가공동체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최종적으로는 여러 후보가 서로 경쟁하여 표를 얻는 정치적 선거보다는, 종단의 원로와 각계의 대표자들이 충분히 공의하고, 후보자의 수행력·덕망·계율·포교력·종단 운영 능력과 미래 비전을 종합적으로 검증한 뒤, 대중이 신뢰할 수 있는 한 사람을 공동체의 뜻으로 추대하는 방식이 더욱 승가적일 수 있다. 이는 세속적인 의미의 '추대'와는 달라야 한다. 밀실에서 소수의 인사가 미리 결정하는 추대가 아니라, 공개적인 검증 → 충분한 공의 → 대중의 동의 → 화합적 추대라는 절차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추대는 비민주적인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갈마의 본래 정신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합의형 선출제도가 될 수 있다.
5.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누가 뽑느냐'가 아니라 '어떤 정신으로 뽑느냐'이다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논하면서 단순히 직선제냐 간접선거냐만을 논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승가공동체의 지도자를 과연 어떠한 정신으로 세울 것인가?
율장이 보여주는 승가의 전통은 개인의 권력이나 특정 세력의 지배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계율과 공의에 의하여 운영되는 수행공동체를 지향한다.
따라서 총무원장 선출 역시 특정 계파나 개인의 영향력이 아니라 수행과 덕망, 계율, 원력, 포교와 종단 발전에 대한 비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선거가 과도한 경쟁과 갈등, 편가르기와 세력화를 초래한다면 이는 승가의 화합이라는 본래 정신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반대로 모든 후보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후보자의 자질과 종책을 공개적으로 검증하며,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구성원들이 직접 의사를 표현하고, 최종적으로는 대중의 공의에 따라 가장 적합한 지도자를 추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율장의 전통과 현대 민주주의를 조화시키는 새로운 승가 선거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를 계기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자
이번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는 현행 종헌·종법에 따라 치러질 수밖에 없다. 다만 후보자격의 적부는 철저하게 심사해야 한다. 현재 공고된 선거제도 자체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미래의 종단을 위하여 선거제도의 개선 가능성을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종헌·종법의 질서를 존중하는 것과 종헌·종법의 발전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살아 있는 종단이라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제도를 성찰하고, 승가의 본래 정신에 더욱 부합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를 계기로 다음과 같은 방향에 대한 종단적 공론화를 제안한다.
첫째, 총무원장 선출제도에 대한 종도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한다.
둘째, 율장의 건도와 갈마에 나타난 승가공동체의 공의와 화합 정신을 현대적으로 연구한다.
셋째, 일정한 수행·계율·승납 등의 자격을 갖춘 종단 구성원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직선제 도입을 검토한다.
넷째, 직선제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경쟁적 선거를 최소화하고 공의에 의한 추대형 선출제도를 연구한다.
다섯째, 선거 과정에서 금권·세력·계파·지역 등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수행과 덕망, 종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맺음말
승가는 정치집단이 아니라 수행공동체이다. 그러므로 승가의 지도자를 세우는 방식 역시 일반 정치사회의 선거제도만을 그대로 모방해서는 안 되며, 그렇다고 현대 민주사회의 참여와 투명성이라는 가치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율장의 건도와 갈마가 보여주는 공의·합의·화합의 정신과 현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참여·대표성·공정성·투명성을 조화시키는 것, 바로 이것이 오늘날 한국불교가 모색해야 할 새로운 승가 선거문화라고 생각한다.
총무원장은 특정한 선거인단의 대표가 아니라 전체 승가공동체의 소임자이다. 따라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종단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여 그 뜻을 밝힐 수 있도록 하는 직선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더 나아가 충분한 검증과 공의를 거쳐 가장 적합한 지도자를 경쟁과 대립이 아닌 화합과 합의의 정신으로 추대하는 제도를 궁극적인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고대 승가의 건도와 갈마 정신을 오늘의 민주사회에 맞게 되살리는 길이며, 동시에 한국불교가 미래의 승가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선거를 위한 승가가 아니라, 승가를 위한 선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경쟁하여 이기는 선거에서, 공의로 함께 추대하는 승가로.” 이것이 오늘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총무원장 선출제도의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