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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시론] 치열한 토론이 좋은 정책을 만든다

세상만사 뜻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라도 뜻밖의 결과를 낳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현실은 각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책은 종이 위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의 삶 속에서, 시장 안에서 검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디더라도 숙의와 공론이 필요하다.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과정은 정책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아니라 실패를 막아주는 사방벽이다. 숙의와 공론을 건너뛴 정책은 어느 순간 예상 밖의 얼굴을 드러낸다.

 

단적인 사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서학 개미의 유턴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기획상품이다. 해외로 나가는 자금을 국내로 되돌리고 환율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른바 '삼전닉스'로 자금이 몰리면서 특정 종목의 변동성을 키웠다. 자금이 들어올수록 기초자산을 더 사들이는 구조였다. 수급(매수·매도 균형) 왜곡 현상은 설계 단계부터 예견됐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 오른다. 정책이 기대한 얼굴은 자금 유턴이었지만, 시장이 보여준 얼굴은 변동성 확대였다. 시장과 전문가들의 우려를 듣지 않은 대가였다.

 

부동산 정책만큼 숙의와 공론이 중요한 분야도 드물다. 집값 안정을 위해 역대 정부는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조이는 정책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시장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시행착오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 공급 확대 등을 둘러싸고 엇갈린 목소리가 쏟아졌다.

 

세제 개편만으로, 대출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기는 쉽지 않다. 부동산은 금리와 공급, 인구, 심리 등이 뒤엉킨 고차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정책은 시장 참여자와 전문가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정부·여당이 사실상 입법을 마무리한 사안이지만, 그 효과는 이제부터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명분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보완수사를 없애면 사건 처리는 늦어지고, 책임질 사람은 사라지고, 피해자 권리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검찰의 보완수사가 그동안 경찰 송치 사건의 허점을 메우는 기능을 해온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미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해진 만큼 앞으로 부작용을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 없는 개혁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정책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기대하는 순기능과 미처 보지 못한 역기능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정책의 완성도를 가른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우선이다. 숙의와 공론은 결단을 늦추는 절차가 아니라, 빈틈을 찾아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최소한의 여과장치다. 좋은 정책은 빨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치열한 토론을 견뎌낸 것이다.

 

정책의 성공은 결단의 속도가 아니라, 숙의와 공론의 깊이에서 결정된다. 국민은 정책의 의도보다 결과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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