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시 계룡면 신흥암에서 수행 중이신 진경스님(92세)의 글을 읽었다.
스님은 당나라 시인 가섬(賈島)의 명시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를 소개하며, 짧은 네 구절 속에 담긴 깊은 삶의 의미를 전해 주셨다.
松下問童子 (송하문동자)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言師採藥去 (언사채약거)
스승님은 약초를 캐러 가셨다고 하네.
只在此山中 (지재차산중)
이 산속 어디엔가 계시지만,
雲深不知處 (운심부지처)
구름이 깊어 계신 곳을 알 수 없네.
천 년이 넘는 세월을 건너온 이 시가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늘 답을 찾아 바쁘게 살아간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지만, 정작 가장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두고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시 속의 은자는 멀리 떠난 것이 아니다. 같은 산속에 있지만 짙은 구름 때문에 찾지 못할 뿐이다. 삶의 진실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진경스님은 긴 설법 대신 짧은 한 편의 시로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를 가리고 있는 구름은 무엇인가. 욕심일 수도 있고, 조급함일 수도 있으며, 편견과 집착일 수도 있다. 그 구름이 걷힐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본질과 마주할 수 있다.
아흔두 해의 세월이 스님의 글에 깊이를 더한다. 화려한 문장이나 어려운 가르침이 아니라, 오랜 수행과 삶에서 우러난 담백한 언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서 더욱 신뢰가 가고,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느림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신흥암에서 전해지는 진경스님의 글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라는 조용한 종소리와도 같다. 구름이 짙다고 길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걷힐 구름을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지혜임을 일깨워 준다.
좋은 글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깊은 글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진경스님의 글은 바로 그런 힘을 지니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지식보다 지혜가 귀해지고, 말보다 삶이 더 큰 가르침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신흥암의 고요한 산사에서 피어난 한 편의 시는 오늘도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마음을 가리고 있는 구름은 무엇입니까?"
그 질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그 멈춤 속에서 삶의 진정한 길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진경스님의 글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구름은 진실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더욱 소중하게 발견하도록 기다리게 하는 자연의 지혜임을. 그래서 구름이 깊을수록 마음은 더욱 맑아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