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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보검스님 사찰기행] 걸림 없이 사는 은둔 수행자 우담 스님

‘세계불교 한마음 힐링 명상선원’ 설립, 회향하고자 발심

동아시아 불교에서 승려의 역할은 크게 이판승(理判僧)과 사판승(事判僧)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이 구분은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수행과 교단 운영이라는 두 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불교 전통의 지혜를 담고 있다.


이판승은 불교의 진리를 탐구하고 수행에 전념하는 승려를 말한다. '이(理)'는 진리와 이치를 뜻하며, 이판승은 참선과 수행, 경전 연구, 교학의 탐구를 통해 깨달음의 길을 실천하는 데 삶의 중심을 둔다. 산중의 선원이나 토굴에서 수행에 전념하는 선승들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개인의 깨달음뿐만 아니라 불법(佛法)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후학을 지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사판승은 사찰과 종단의 행정을 담당하고 대중의 신행생활을 지원하는 승려를 말한다. '사(事)'는 일을 뜻하며, 사판승은 사찰 운영, 재정 관리, 교육, 포교, 문화재 보존, 사회복지 등 현실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신도들과 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불교가 시대와 함께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교단의 기반을 다지는 데 힘쓴다.

 

불교 교단은 이판승과 사판승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협력할 때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이판승이 수행과 진리의 등불을 밝힌다면, 사판승은 그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사찰과 교단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수행만 있고 운영이 없다면 교단이 지속되기 어렵고, 운영만 있고 수행이 없다면 불교의 본래 정신을 잃게 된다.


따라서 이판승과 사판승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불교의 이상과 현실을 함께 떠받치는 두 기둥이라 할 수 있다. 한쪽은 깨달음의 길을 밝히고 다른 한쪽은 그 길이 세상 속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조화 속에서 불교는 오랜 세월 동안 수행 공동체와 신행 공동체를 함께 발전시켜 왔다.


이런 맥락에서 우담스님은 일종의 숨은 수행자로서 ‘이판승’이라 할 수 있다. 출가 이후 본사에서 대중들과 함께 공동체 수행을 하다가 어느 날 우연히 홀로 독살이 토굴 생활을 하기 시작하였고, 50여 년 전, 가평에 걸망을 내려놓고 조용히 정진해 오고 있다. 이젠 물리적으로 나이도 들어가고 뭔가 중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조그마한 보살행이라도 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세계불교 한마음 힐링 명상선원’을 설립하여 “외국 스님들에게 쉴 곳을 마련해주고 일반 불자나 인연 있는 분들께 명상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발심을 하게 되어서 “1천 8백여 평 부지에 선원을 건립하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수월(水月, 1855~1928)스님은 근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승 가운데 한 분으로, 만공스님과 함께 경허선사의 법맥을 이은 대표적인 제자로 알려져 있다. 스님은 수행자의 본분을 철저히 지키며 평생을 청빈하게 살았고, 깊은 선정과 자비행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수월스님은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라는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도 세속의 명예나 권력을 멀리하고 오직 수행과 중생 교화에 힘썼다. 특히 스님은 산중에서 참선 수행에 전념하면서도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았으며, 모든 생명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자비심을 실천하였다. 이러한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오늘날까지도 한국불교의 모범적인 수행자로 기억되고 있다.


수월스님은 경허선사로부터 선의 깊은 가르침을 이어받아 깨달음은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스님의 수행은 형식에 치우치지 않았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한 삶 자체가 곧 수행이라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었다. 또한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과 자연에 대해서도 한없는 자비를 베풀어 불교의 생명 존중 사상을 실천한 선지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님에게는 특히 호랑이와 관련된 일화가 널리 전해진다. 깊은 산중에서 수행하던 시절, 호랑이조차 스님의 자비심에 감화되었다는 이야기는 수월스님의 수행력과 덕행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전설을 넘어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려 했던 스님의 삶의 태도를 잘 나타내는 일화로 전해지고 있다.


수월스님은 평생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수행자의 길을 걸었지만, 그 정신과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많은 불자와 수행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청정한 수행, 무소유의 삶, 그리고 모든 생명에 대한 자비를 실천한 수월스님의 삶은 한국 선불교의 아름다운 전통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두타행(頭陀行)은 불교 수행자가 탐욕과 집착을 버리고 청정한 수행자의 삶을 실천하기 위하여 행하는 엄격한 수행법을 말한다. '두타(頭陀)'는 산스크리트어 '두타(Dhūta)'를 음역한 말로, 번뇌와 욕심을 털어버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따라서 두타행은 몸과 마음에 쌓인 번뇌를 씻어내고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수행자의 생활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 당시의 수행자들은 최소한의 의식주만을 유지하며 수행에 전념하였다. 낡은 천을 주워 기운 옷을 입고, 탁발로 얻은 음식만 먹으며, 숲속이나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자고, 늘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실천하였다. 이러한 전통이 두타행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두타행의 핵심은 고행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욕망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마음의 자유를 얻는 데 있다.


불교 경전에서는 열두 가지 또는 열세 가지 두타행을 설명하고 있다. 누더기 옷을 입는 일, 탁발한 음식만 먹는 일, 하루 한 끼만 먹는 일, 숲속에서 수행하는 일, 나무 아래에서 거처하는 일, 눕지 않고 좌선하는 일 등이 대표적인 두타행에 속한다. 이러한 수행은 스스로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욕망을 절제하고 수행자의 본분을 잃지 않기 위한 방편이다.


한국불교에서도 두타행은 수행자의 청정한 삶을 상징하는 중요한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특히 산중 선원에서 정진하던 선사들은 검소한 생활과 끊임없는 참선 수행을 통해 두타행의 정신을 실천하였다. 경허스님, 수월스님, 만공스님과 같은 선지식들 역시 무소유와 청빈의 삶을 살며 두타행의 모범을 보여 주었다.


두타행은 단순히 의식주를 줄이는 생활방식이 아니라, 마음속의 욕심과 집착을 비우는 수행이다. 적게 소유하고 많이 나누며, 자신의 욕망보다 진리와 자비를 우선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두타행의 참된 의미이다. 오늘날에도 두타행의 정신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절제와 만족, 그리고 마음의 자유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소중한 가르침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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