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속 '수입물가' 껑충…5년새 커피 280%·소고기 60% 올라

  • 등록 2025.12.21 09: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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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환산 기준 식료품 86%·농산물 62%·축산물 51%나 상승
환율 영향 수입 원재료 올라 가공식품·외식 물가 상승 압박

 

[문화투데이 김태균·구재숙 기자] "커피 생두(가공 전의 커피콩) 가격이 작년 대비 20% 정도 올랐습니다. 국제 시세도 오르고 환율도 올라서 그렇죠"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의 한 로스터리 카페. 이 카페는 경기도 파주 공장에서 커피 생두를 로스팅(볶기)해 자체 매장에서 팔면서 다른 50개 카페에도 판매한다.

 

10년째 이 카페를 운영해온 김용찬 씨는 "고객사에 보내는 원두 가격을 올해 초 인상했다"면서 "경기가 많이 안 좋으니 더 올리지는 않고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고 그래도 안 되면 최소한이라도 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커피 생두 가격이 4배로 올랐다고 전했다.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줄면서 국제 시세가 치솟은 데다 지속적인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김 씨의 카페는 2년 전 커피 가격을 500원 올렸다. 지난해 테이크아웃(포장) 할인도 1천원에서 500원으로 줄였다.

 

그는 "원두 가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커피는 최근 몇 년 사이 수입 물가 급등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 품목 중 하나다.

 

커피는 사실상 100%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제 시세와 환율 변동이 국내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수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할 때 지난 달 달러 기준으로 307.12이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379.71로 나타났다.

 

커피 국제 시세가 급등한 탓에 달러 기준 수입 단가도 5년간 3배로 치솟았지만, 환율 영향까지 반영하면 원화 환산 가격은 5년 새 거의 4배로 오른 셈이다.

 

소고기 수입 물가는 달러 기준으로 5년간 30% 상승했다. 하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60.6% 올라 상승 폭이 두 배에 이른다.

 

수입 돼지고기는 같은 기간 달러 기준 5.5% 오르는 사이 원화 기준으로는 30.5% 상승했다. 수입 닭고기는 원화 기준으로 92.8% 올랐다.

 

5년간 신선 수산물은 수입 물가가 달러 기준으로는 11% 하락했지만 원화로는 10% 상승했다. 냉동 수산물도 이와 비슷하다.

 

치즈는 원화 기준으로 약 90% 상승했다.

 

과일은 원화 기준 30.5% 올랐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콩(37.2%), 옥수수(35.3%), 밀(22.1%)도 원화 기준으로 20% 넘게 상승했다.

 

위스키는 31.5%, 와인은 20% 각각 올랐다.

 

주스 원액은 120.2%나 뛰었다. 냉동 채소는 82.8%, 견과 가공품은 61.6% 각각 상승했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51.7%)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수입물가지수를 용도별로 보면 5년간 중간재 음식료품이 달러 기준 50.6% 오르는 사이 원화 기준으로는 86.2% 올랐다.

 

원재료 농림수산품은 달러 기준으로 21.1% 오르는 동안 원화 기준으로는 49.7% 상승했다. 특히 농산물은 원화 기준 62.4% 올랐으며 축산물은 50.8%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간을 지난 1년으로 좁혀 보면 달러 기준 수입 물가는 하락했지만 원화로 환산한 수입 물가를 보면 오히려 옥수수, 과일, 커피, 어육, 주스 원액 등의 품목이 상승했다.

 

커피는 1년 전보다 달러 기준으로는 1% 떨어졌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3.6% 올랐다.

 

과일 수입 물가는 1년간 달러 기준 2.8% 내렸으나 원화로 환산하면 1.8% 상승했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21년까지 1천100원대를 유지하다 2022년 1천200원대 후반으로 급등한 이후 꾸준히 올라 올해 1천4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4분기 평균 환율은 1천450원 수준이다.

 

수입 물가 상승은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외에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도 끌어올린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설탕이나 밀가루 등의 원료를 많이 수입한다. 국산은 국산대로 기후변화로 가격이 오르는데 수입산도 환율 영향으로 비싸지면 가공식품까지 식료품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식료품은 소비자 필수 품목이라 물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식품산업의 주요 원료에 대한 국산 사용 비중은 지난 2022년 28.9%에 그친다. 특히 옥수수, 소맥(밀), 소맥분(밀가루), 원당, 대두 등은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기업들은 원가 부담을 호소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 종합식품기업은 "환율이 올라 큰일"이라면서 "원재료나 포장재 등의 수입 비중이 큰데 원가 상승으로 가뜩이나 낮은 영업이익률이 더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구재숙 기자 munto-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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