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김태균 기자] 정부가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모든 품목을 관리하기 위해 차관급 물가안정책임관을 10명 이상 지정한다.
최근 고환율로 수입물가가 1년 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세에 불안감이 고조되자 전방위적 밀착 관리에 나서는 것이다.
16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458개 전 품목을 대상으로 물가안정책임관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각 부처 차관이 소관 품목의 가격·수급을 점검하고 책임지는 방식으로 농·축산물은 농림축산식품부, 수산물은 해수부, 전기요금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석유류는 산업통상부가 담당하는 것이다.
전 품목을 지정할 경우 소관 부처는 10개가 넘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만큼 최근 물가 불안에 대응하는 정부의 강한 위기감을 보여준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로 물가 경로에도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달보다 2.6% 올랐다. 올해 7월부터 5개월째 상승세가 이어졌으며, 지난달 상승률은 작년 4월(3.8%)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보다 2.4% 올라 두 달 연속 2%대 중반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해 작년 7월(3.0%)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등이 전체 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상대적으로 환율변수에 민감한 품목들이다.
과거 정부도 물가 불안 때마다 품목별 물가 관리 방식을 도입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1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하고 각 부처 차관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했고, 2012년 이명박 정부도 물가 관리 책임 실명제를 운영했다.
다만 이런 방식이 오히려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떨어뜨리는 '꼼수 인상'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런 방식의 물가 대책은 기업이 가격의 상한선을 두고 인상 시점을 뒤로 지연시키게 한다"며 "오히려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상품 크기나 용량을 줄이는 등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이며, 스킴플레이션은 재료나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김 실장은 "유통 이윤 담합·카르텔을 조사하겠다는 구두 개입이나 수급 안정 모니터링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는 지난 11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부처별 차관급들이 물가안정책임관으로서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등 소관 품목들의 관리를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수급관리·할인지원·할당관세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고 담합 방지·유통구조 개선·생산성 강화 등 근본적인 물가안정 대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