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황재연 기자] 대청호 기슭인 충북 옥천군 군북면 석호리 마을은 교통 오지로 꼽힌다.
대중교통 시설이 취약해 대부분 칠순, 팔순을 넘긴 주민들은 옥천군이 지원하는 '다람쥐 택시'(시내버스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택시)를 타고 20㎞ 떨어진 옥천읍내를 오가면서 생활한다.
마을에 두부 등 간편 식자재를 파는 곳이 없다 보니 큰맘 먹고 읍내에 나갈 때면 일주일 치나 열흘 치 식료품을 한꺼번에 구입해야 한다.
주민 방한석씨는 "웬만한 채소류는 텃밭 등에서 자급자족하지만 두부, 생선 등은 읍내에서 사다 먹는데, 겨울철 폭설이 내리면 며칠씩 발이 묶을 때도 있어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마을처럼 신선 식료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지역 현상을 '식품 사막화'라고 표현한다.
옥천군은 최근 조사에서 375개 마을 중 54.9%(206곳)가 거점 상권으로부터 800m 이상 떨어지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45%를 넘는 식품 사막화 지역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식품 사막화는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다.
옥천군의회 김외식 의원은 "마을 어귀의 구멍가게가 하나둘 사라지면서 식품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주민들의 영양 불균형과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천군이 식품 사막화 대응책으로 '이동식 장터'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만물 트럭'과 비슷한 형태로, 소매점 없는 교통 오지를 찾아다니며 신선 식품과 필수 공산품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런 형태의 장터는 경남 거제시와 전남 영암·고흥군 등 일부 지역서 운영돼 호응을 얻는 것으로 전해진다.
옥천군은 장터 운영 계획을 세우기 위해 (재)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다음 달 용역 결과가 나오면 군의회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장터를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옥천군 관계자는 "민간 위탁 방식으로 7대의 트럭(이동식 장터)을 운영할 경우 한해 14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며 "올해 하반기 구체적 운영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