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투데이 김용정 기자] 충남 천안갑 선거구는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불과 1천328표 차로 당락이 엇갈렸던 국민의힘 신범철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현 의원 간 '리턴매치'가 성사돼 충남에서 손꼽는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지난 선거에서 석패한 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부 차관으로 1년 5개월간 재직하면서 이름값을 높인 신 후보와 대표적 친명계로 알려진 문 후보의 재대결은 누구도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치열해 보인다.
총선 격전지 순회에 나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첫 방문지로 이 지역을 찾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는 11일 방문해 간담회를 하기로 한 것도 여야 모두 이곳을 놓칠 수 없는 승부처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 후보는 "4년 전에 비해 유권자들이 명함을 잘 받아주시는 것 같다"며 "그때는 당 지지율이 낮았었고, 지금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보수성향이 강한 유권자 지형이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2000년 이후 20여년 동안 보수당이 승리한 적이 한 차례밖에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신 후보는 남은 기간 선거운동 방향에 대해 "걸어 다니면서 상가를 방문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배우고 고충도 들어주고, 그걸 토대로 해서 공약도 만들고 하는 게 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직접 밑바닥에서 발로 뛰는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문진석 후보는 "무능한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시민의 삶을 지키고 잘못된 국정 기조를 바꾸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며 "지난 4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천안갑 지역에서 변화가 멈추지 않도록 기관차와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후보의 공약을 보면 신 후보는 GTX-C 노선 천안역 조기 착공, 신부·성정역 신설, 키즈테마파크 원도심 유치, 독립기념관 내 대한식물독립파크 조성, 동부 6개 읍면 스마트팜 랜드 구축, 청수역·구룡역 전철 1호선 단계적 신설 등을 내세웠다.
문 후보는 천안의 천안외곽순환도로(신방∼목천 구간) 추진, 천안∼청수∼독립기념관∼오창∼청주공항 철도 연결, 천안 도심 철도 지하화. 천안역 증개축 완공, 천안 외곽순환도로 완성, 동부스포츠센터 완성 등을 제시했다.
직접 들어본 지역 민심도 엇갈렸다.
천안종합터미널 앞에서 만난 회사원 홍모(43)씨는 누구를 찍을지 묻자 "문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정권 심판을 위해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천안역 부근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60∼70대로 보이는 택시 기사는 "신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싫고, 이재명이 싫어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재명이 지금 10여개 범죄 혐의를 받고 있지 않으냐"며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법을 지켜야 할 변호사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동남구 안서동 일대에서 만난 40대 회사원은 누구를 찍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 정권을 지지하는 입장도 아니지만, 민주당 후보들이 주로 승리해온 이 지역에서 수십 년째 크게 변한 게 없다"며 "원도심 재개발도 지지부진하고 불당동 등 다른 지역처럼 집값이 뛰는 것도 아니며, 특색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에서 큰일을 하고 온 후보도 있으니 일말의 기대감도 있다"며 "우리 세대가 민주당 지지 세대지만 이런 상황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천안갑 선거구에는 두 후보 외에 천안시의원을 지낸 개혁신당 허욱 후보도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