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결과 과장해 농약 위험성 지나치게 강조"
부정·불량식품 근절 공조체제 구축 업무협약 무색
어제까지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식품이 하루 만에 유해하지 않다? '농약 뿌린 김'의 유해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농약 뿌린 김을 전국에 유통한 김 양식업자들이 해경에 대거 검거된 가운데 인체 유해성을 두고 해양경찰청(청장 김석균)과 해양수산부(장관 이주영).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정승)가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으며 정부의 부정·불량식품 근절 공조체제가 엇박자를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달 31일 독성이 강한 농약을 뿌려 김을 양식한 혐의(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58) 씨 등 양식업자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양식업자들이 사용한 농약은 '카바'라는 제품으로 어독성 3급, 인체독성 '저독성'으로 규정된 물질이다.
해경은 이날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이 농약이 해상에 유출되면 바다오염이 가중되고 수중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고 특히 사람 피부에 접촉 시 화상 또는 실명의 위험이 있다"면서 "농약 뿌린 김을 섭취할 때는 구토·소화불량· 위장장애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유독성을 증명하는 수족관 실험도 진행했다. 해경은 지름 12㎝, 높이 14㎝의 원통형 수조에 금붕어 2마리를 넣은뒤 어민들이 사용했던 농약 30㏄ 정도를 수조에 부었다. 금붕어는 20분도 안돼 아가미에서 피를 쏟아내며 죽었다.
해경은 이 실험을 보여준 뒤 "농약이 물 생태계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던 농약 뿌린 김의 인체 유해성 여부가 바뀐 건 하루 뒤인 1일 해수부가 농약 뿌린 김을 먹어도 유해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다. 해수부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카바'는 식품 잔류 가능성이 작아 잔류허용기준 설정을 면제하는 식품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검사한 결과 해당 김에서는 잔류농약이 불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계도 단속을 강화하고 식약처와 협조해 식품 안전성도 확보하도록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농약등록을 담당하는 농촌진흥청도 "물에서 너무 오래 잔류하는 농약은 아예 등록이 안 되기 때문에 양식업자들이 터무니없이 많은 농약을 쓴 것이 아니라면 해당 제품을 섭취했다고 해도 건강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 역시 인체에 해롭지는 않다며 관련 제품을 회수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해경이 수사결과를 과장해 농약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부 부처들이 박근혜 정부 4대악 중 '불량식품 척결 프로젝트'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경찰의 섣부른 발표와 이에 손발을 못 맞춘 관계기관의 엇박자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번 농약 뿌린 김 사태에서 해경이 해수부와 식약처에 관련 단속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해경이 브리핑을 하면서 실시한 '수족관 실험' 등에 관한 정보는 전달되지 않았다.
정부가 부정·불량식품 근절 공조체제 구축을 위해 맺은 업무협약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정부의 엇박자 행정 논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7월 맛가루 사건의 경우도 경찰이 발표한 후 관련 내용이 식약처에 통보된 바 있다. 또 경찰이 적발된 맛가루 업체 명단을 발표하지 않아 인터넷 등에 ‘불량 맛가루 리스트’ 등 미확인 정보가 퍼지면서 무관한 업체들이 피해를 입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2004년 쓰레기만두소 사태, 2010년 중금속 낙지머리 사건, 1989년 우지 라면 사태까지. 단속기관의 성급한 발표로 소비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업체들은 고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식품정책 전문가는 "경찰, 지자체 등 단속기관과 식약처.농식품부 등 관계당국이 단속시점부터 관련 정보를 공유해 단속과 위해평가가 동시에 진행하고 사건에 대한 사후관리에도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